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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31: 포유류 시대(1)-가운데귀(중이)의 진화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8-07-27


K-Pg 경계를 넘긴 생명은 그 전 1.7억년 동안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인 신생대(Cenzoic era, 0.66억년전-현재)로 들어섭니다. 지질학자들은 신생대를 제3기와 제4기로, 그리고 제3기를 5개의 세(epoch)로 나눕니다. 첫 팔레오세(Paleocene epoch, 0.66-0.56억년전) 초반에 포유류는 중생대 잔존 생물, 특히 악어나 ‘공포의 두루미’와 같은 거대 육식조류가 포식자로 있는 숲에서 나뭇잎이나 먹으며 조용히 지내다가, 후반에 숲이 울창해지면서 방산하여 지금까지 멈추지 않은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기후는 팔레오세 동안 따뜻해지기 시작하여 두 번째 에오세(Eocene epoch, 0.56-0.34억년전) 초반에 이르러 절정을 이룹니다(Paleocene- Eocene thermal maximum, PETM). 지구는 온실상태로, 신생대 그 어느 때보다 온도가 높아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부분이 숲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팔레오세 후반에 있었던 해저 메탄 대방출이 에오세 초기의 기온 상승을 이끌었다고 추정합니다. 이즈음 아프리카에서 떨어져 나온 인도가 아시아와 충돌했고, 결과로 아프리카에 격리되어 있었던 포유류가 북반구 지역에 퍼질 수 있었습니다. 인도대륙이 아시아에 동물을 이주시켰다는 ‘노아의 방주 가설’입니다. 그 방주는 설치류는 물론 영장류도 북반구에 날라다 줬습니다. 이어서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동물 이동으로 북반구 포유동물상은 어디에나 비슷했다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다른 여느 동물에서 찾을 수 없는 포유류의 특징을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겠습니다. 포유류는 이름 그대로 젖을 먹여 새끼를 키운다는 점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털, 그리고 피하 지방층이 있어 체온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다만, 털이 전부 혹은 거의 퇴화한 경우(코끼리, 코뿔소, 하마, 고래, 사람 등), 가시(고슴도치)나 비늘(아르마딜로)로 변한 경우가 있습니다. 포유류는 효율적인 호흡계와 순환계를 가지고 있어 높은 대사율을 지탱합니다. 횡격막이 허파를 통한 들숨과 날숨을 돕고, 4개의 방으로 나누어진 심장은 신선한 혈액과 탁해진 혈액이 섞이지 않도록 합니다. 또한 포유류는 일반적으로 같은 크기의 다른 척추동물보다 뇌가 크고,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가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새끼를 돌보기 때문에, 새끼는 중요한 생존기법을 부모로부터 배웁니다. 포유류는 앞니, 송곳니, 어금니 등 다양한 용도의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끝으로, 포유류는 가운데귀에 소리를 증폭시키는 뼈가 3개 있어 여느 동물보다 소리를 잘 듣습니다.


포유류에는 세 가지 주요 계통 --알을 낳는 포유류인 단공류(monotremes), 육아낭을 가지는 포유류인 유대류(marsupials), 그리고 흔히들 ‘태반류’라 하는 진수류(eutherians)가 있습니다. 단공류가 포유류로 분류되는 이유가 새끼에게 젖을 먹여 기르기 때문입니다. 현생 종은 오리너구리(duck-billed platypus)와 가시두더지(echidna, a spiny anteater) 두 종 밖에 없고, 이들을 살아있는 화석이라 합니다. 태생(viviparity) 포유류 중 유대류는 미성숙 배아상태로 새끼를 낳아 육아낭에서 젖을 먹여가며 나머지 배아발달을 완성시킵니다. 태반류는 어미 뱃속에서 성숙을 끝낸 새끼를 낳습니다. 유대류는 임신기간이 짧을 뿐이지 태반을 통해 엄마로부터 양분을 공급받습니다. 그리고 일부 상어 종들도 태반을 가지고 있다가 새끼를 낳습니다. 따라서, 새끼를 낳는 포유류 중 유대류와 구별되는 동물을 태반류라 부르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맞지 않습니다. 현존하는 포유류의 3대 그룹 가운데 태반 포유류가 단연 독보적인 성공을 거둬서 오늘날의 번성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실 생태계에서는 존재감이 별로 없는 마이너 그룹이었습니다. 초기 포유류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를 이번 글 ‘귀의 진화’를 비롯하여 다음에 다룰 젖먹이기, 태반, 그리고 내온성 등의 주제를 가지고 알아보고자 합니다.


포유류는 포유류-유사 파충류에서 진화했습니다. 이들은 측두공(temporal fenestra)이 하나인 단궁류(synapsids) 계열입니다. 측두공은 두개골 눈구멍 옆에 있는 구멍으로, 턱 근육이 그곳을 통하여 관자놀이에 고정됩니다. 화석 증거에 의하면, 단궁 파충류에는 두 개의 뼈가 두개골과 턱 사이에 있는데, 하나는 머리뼈에 다른 하나는 턱뼈에 붙어서 경첩 역할을 합니다. 턱 관절을 이루는 이 뼈가 포유류로 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와 두개골 안쪽으로 들어가 귓속뼈로 편입됩니다. 이들 하나는 망치뼈(malleus), 다른 하나는 모루뼈(incus)라 합니다. 바깥귀를 통해 들어오는 음파는 고막을 자극합니다. 그 고막의 진동은 바로 가운데귀 뼈를 통하여 속귀를 채운 액체로 전달되어 물결파를 만듭니다. 물결파가 속귀의 섬모 청각세포를 흔들고, 움직임 신호는 전기신호로 바뀌어 연접하고 있는 신경세포를 통해 뇌로 전달됩니다. 파충류에는 고막의 진동을 전달하는 뼈는 등자뼈(stapes) 하나이지만, 포유류에는 망치뼈와 모루뼈가 추가되어 그 진동을 증폭할 수 있습니다. 이는 포유류 진화과정에 나타난 혁신으로 1억년 정도 걸렸으며, 여러 중간형태의 화석들이 전이과정을 증거합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부분은 ‘어떻게 그러한 전이가 진행되었는가?’입니다. 즉, 무엇이 턱에 붙어 있던 뼈를 떼내어, 크기를 줄이고, 두개골 안쪽으로 이동시켜 귀의 부속품으로 편입시켰는가? 굴속이나 밤에 활동하며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 포유류 조상은 눈보다는 귀가 훨씬 요긴했을 것입니다. 진화학자들은 ‘그러한 필요가 진화압력으로 작용했는지?’ 혹은 ‘턱 관절뼈가 귓속뼈로 되는 과정이 적응적이었는지?’를 밝히고 싶었지만 증명할 수 없었습니다. 필연적인 부분은 그렇다 할지라도 우연적인 부분 즉, 어떤 유전적 변이가 그러한 전이를 매개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답이 나왔습니다. 바로 개체의 발달과정을 보면 진화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이보-디보’ 연구에서 입니다


포유동물 가운데귀 세 개의 뼈인 망치, 모루, 등자는 배아 발달과정에서 장차 턱뼈가 될 아치형 연골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를 메켈의 연골(Meckel’s cartilage)이라 하는데, 파충류에서는 등자뼈가 턱뼈에 붙은 채로 발달을 마칩니다. 따라서 귀는 턱에 바짝 붙어 있게 되죠. 그러나 포유류에서는 메켈의 연골 특정 영역의 세포가 녹아 없어져 망치뼈, 모루뼈, 등자뼈 모두가 한 뭉치로 턱뼈에서 분리됩니다. 그렇기에 포유류의 귀는 턱에서 떨어져 있게 됩니다. 그간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 의하면, 이들 뼈 특히 망치나 모루는 이미 귀에 소속된 채로 태어나며, 하루나 이틀 후에 턱뼈와 망치뼈 사이 연골조직이 붕괴되어 턱에서 독립합니다. 관절의 분화에 관련된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와 TGF-β 계열의 성장인자가 긴히 관여함이 잘 알려져 있지만, 턱뼈에서 귓속뼈로의 전이는 추측에 불과했습니다. 생쥐에서는 턱에서 귓속뼈가 독립하는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유대류는 포유류에 비해 임신기간이 짧아 미성숙 새끼를 낳고, 그들이 발생과정을 마칠 때까지 꽤 시간이 걸립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과 영국의 킹스 칼리지 연구팀은 태반류 생쥐 대신에 유대류인 주머니쥐(opossum)를 이용하여 턱뼈에서 귓속뼈로 편입되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주머니쥐 새끼는 망치뼈와 모루뼈가 턱에 붙어있는 상태로 태어나고, 턱뼈의 일부였던 뼈가 20일 지난 후에 귀로 편입됩니다. 연구자들은 ‘파충류 귀에서 포유류 귀’로의 진화가 주머니쥐 발달과정에서 재현됨을 볼 수 있었고, 또 어떤 유전자들이 이 과정에 관여하는지도 파악했습니다. 그 중, 예측할 수 있었던 대로 TGF-β 수용체 발현량이 턱뼈와 망치뼈 사이에 있는 연골세포에 증가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당연히 그 수용체가 자극되지 않도록 조치하니, 전체적인 턱이나 귀의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귀로 소속될 뼈들이 그냥 턱에 붙어 있었습니다. 단 하나의 유전자의 활성 변화, 우연으로 일어난 변이가 뼈의 소속 변경을 유도하여 귀의 혁신에 기여한다는 것이 새삼 놀랍습니다. 이보-디보 연구의 묘미입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는 유대류 주머니쥐와 태반류 생쥐는 다른 방법으로 뼈의 소속 변경을 시도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유대류와 태반류에서 소리의 민감도가 향상된 귀를 독립적으로 진화시켰음을 의미합니다(수렴진화). 연구자들은 포유류 진화역사에서 TGF-β 신호의 변화로 인한 가운데귀 진화는 최소 4번에 있었고, 모두 독립적으로 일어났다고 주장합니다. 소리의 민감도를 높이는 다양한 시도는 포유류 생존에 결정적으로 작용하여 그들이 중생대를 견디고 신생대로 넘어가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했습니다. 귀의 진화 외에도 포유류의 번성을 가져온 다른 요인들이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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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J. Urban, et al. A new developmental mechanism for the separation of the mammalian middle ear ossicles from the jaw. Proc. R. Soc. B 284, 20162416, 2017

*생쥐는 자기포식(autophage) 방법을, 주머니쥐는 아폽토시스(apoptosis) 세포자살 방법을 사용해 귓속뼈를 턱뼈에서 떼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