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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24: 삼첩기, 공룡의 등장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8-03-10


페름기 대멸종 이후 지구는 중생대(2.5-0.65억년전)로 들어섭니다. 첫 번째 시기가 삼첩기(Triassic Period, 2.5-2.0억년전)로 육지는 판게아 하나의 초대륙이었고 멸종의 뒤끝이라 덥고 건조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생명이 재편되어 포유류와 공룡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삼첩기 말에 이르러서는 한 덩어리 판게아가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생명은 다시 멸종의 회오리에 휘말립니다(삼첩기 대멸종, Triassic mass extinction). 그 위기를 넘긴 공룡은 중생대 두 번째 시기인 쥐라기(Jurassic Period, 2.0-1.45억년전)와 세 번째 백악기(Cretaceous Period, 1.45-0.65억년전)까지 무려 1억6천만년 동안 풍미합니다. 그러나 같이 위기를 넘긴 우리의 직접 조상 포유류는 아주 지리멸렬한 삶을 유지합니다. 공룡은 포유류에는 없는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삼첩기는 메케한 석탄 먼지와 가스가 뒤섞인 바람이 부는 황량한 대지에 단궁류(synapsid) 삽도마뱀(lystrosaurus)의 적응방산으로 개막됩니다. 땅굴을 피난처로 삼아 한동안 번성하던 이들은 바깥으로 나와 다양한 사이노돈트(cynodont)로 진화하여 최초의 포유류까지 가지치기합니다. 포유류 진화과정에 있는 단궁류를 세분하여 수궁류(therapsid)라 합니다. 사실 수궁류가 포유류로 진화하기 이전에 이궁류(diapsid)인 지배파충류(archosaurus, 조룡류)가 득세하여 삼첩기를 접수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한 줄기는 2억3천만년전에 공룡으로, 그리고 다른 한 줄기는 악어로 진화합니다. 공룡 일부는 조류로 진화하였기에, 현존하는 악어와 조류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배파충류가 수궁류를 제치고 삼첩기를 차지한 이유를 현생 악어나 새가 가지고 있는 허파에서 찾습니다. 포유류의 허파는 가스교환이 일어나는 표면에서 들숨과 날숨이 섞일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깨끗한 산소를 혈액에 공급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악어나 새의 허파는 들숨과 날숨이 섞이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보다 깨끗한 산소를 혈액에 공급합니다. 더욱, 새는 공기주머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호흡량을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들숨과 날숨 사이에 시간차를 줄 수 있기에 가스교환의 일방향성, 즉 들숨에서 산소를 공급하고 날숨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지고 나오는 흐름을 극대화합니다. 화석증거에 의하면, 지배파충류도 포유류 조상에 비해 월등한 성능의 허파를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허파는 삼첩기 초 건조하고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생존에 아주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입니다(1).


공룡의 진화에는 두발걷기가 중요했습니다. 최초 원시공룡(proto-dianosaurs)은 몸집이 작았고 이미 두발걷기를 했다고 합니다. 현생 도마뱀 중에 포식자에게 쫓기거나 먹이를 쫓을 때 두발로 내달리는 종이 있습니다. 원시공룡의 조상 지배파충류도 그러한 상황에서 두발로 달렸고, 결과로 공룡의 형태적 특징이 진화했다고 추측합니다(생명의 역사17: 행동이 진화를 견인하는가? 참조). 공룡의 두발걷기는 척박한 대기에서 빠른 운동에 요구되는 원활한 산소 공급을 가능하게 했고, 그러기에 진화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도마뱀이나 악어는 다리가 몸통 옆에 붙어 있어 몸을 좌우로 틀면서 걷습니다. 몸을 틀 때마다 한쪽 허파는 눌리기 때문에 호흡이 짧고, 달리기는 물론 오래 걷기가 힘듭니다. 공룡의 조상은 이러한 문제를 두발로 서서 걷기를 시도하면서 해결한 것이죠. 이들의 넙적다리뼈는 엉치뼈 아래에 위치했고, 몸을 곧추 세우고 까치발을 하며 큰 걸음으로 오래 걷기와 빨리 달리기를 했습니다. 한편, 포유류의 조상은 다른 해결책을 찾습니다. 이들은 사지를 몸통 아래 쪽으로 모으고, 복부를 감싸는 갈비뼈를 축소하고, 또 가슴과 복부 사이에 횡격막(diaphragm)을 둡니다. 그렇기에 포유류는 복부 율동과 횡격막 수축으로 호흡을 원활하게 하며 빨리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왜 이렇게 다른 해결책을 찾았을까요? 화석증거에 의하면 포유류의 조상 삽도마뱀이나 사이노돈트는 줄어든 꼬리를 가지고 있지만, 공룡의 조상 지배파충류는 길고 힘찬 꼬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육식공룡은 엉덩이에서 꼬리로 또 엉덩이에서 넓적다리로 연결된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는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묘사된 것 같이 지프를 쫓을 만큼은 빠르지 않았더라도, 시속 20-40킬로 정도로, 굵직한 꼬리를 몸통과 수평으로 놓고 머리와 균형을 잡으면서 힘차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앞다리는 물건을 움켜쥐거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습니다. 한편, 포유류 조상 삽도마뱀 계열은 굴을 파야 했기 때문에 앞다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긴 꼬리는 거추장스러웠을 것입니다. 현존하는 포유류의 꼬리는 파충류에 비해 보잘것없습니다. 공룡의 조상은 포유류 조상과는 달리 힘찬 꼬리가 있었기에 두발걷기와 빠른 달리기가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2).


공룡을 정의하는 특징은 무언가를 움켜쥐고 두발로 걸었던 행동에 관련된 손과 엉덩이 부분에 있습니다. 사람에게 네 손가락과 맞닿을 수 있는 엄지가 있듯이, 공룡도 서로를 마주하는 엄지가 있습니다. 공룡의 손은 대체로 세 개 손가락을 가지며, 무엇인가를 쥘 수 있었고 피식자를 잡거나 식물을 채집하는 행동에 중요했을 것입니다. 두발걷기를 했던 공룡은 크게 도마뱀 엉덩이를 가진 용반류(sauroschia)와 조류 엉덩이를 가진 조반류(ornithischia) 둘로 나뉩니다. 용반류는 육식공룡으로 진화한 수각류(theropod)와 초식공룡으로 진화한 용각류(sauropod)로 또 나뉩니다. 수각류의 대표는 티라노사우루스입니다. 한편, 조반류는 모두 초식공룡입니다. 그런데 문제를 복잡하게 하는 것은 조류가 조반류에서 진화하지 않고 도마뱀 엉덩이를 한 용반류에서 진화했다는 점입니다. 소형 수각류의 특수한 무리인 마니랍토라(maniraptora)가 진화하여 새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네발로 걷는 공룡은 어떻게 된 것인가요? 진화과정에서 육식공룡 수각류는 두발걷기를 계속 유지합니다. 그러나 초식공룡은 몸집이 대형화되면서 많은 양의 식물 잎사귀나 뻣뻣한 줄기를 되새김질하며 발효시키기 위해 장이 늘어납니다. 결국 이들은 두발걷기에 부담이 될 정도로 거대한 복부를 가지게 되어 네발걷기로 되돌아 갑니다. 그리고 백악기에는 각종 장식이나 뿔을 가진 다양한 크기의 공룡이 나타나는데, 이들 역시 초식공룡으로 머리장식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네발걷기로 돌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20년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삼첩기 공룡은 쥐라기나 백악기만큼 생태계의 절대적 지배 종은 아니었고, 또 다양하지도 않았습니다. 공룡은 악어류를 포함한 대형 지배파충류와 경쟁하였으며, 포유류도 공룡의 기세에 우리가 생각했었던 것만큼 크게 위축되지 않고 다양한 크기로 진화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은 왜 하필 공룡이 선택되어 중생대 나머지 기간 동안 육상에서 지배적인 대형 초식동물과 육상동물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을까요? 앞서 언급한 훌륭한 허파와 두발서기와 같은 개선된 자세가 한 요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같이 공존했던 악어류 포함 다양한 지배파충류가 다리를 완전히 또는 반쯤 세운 자세를 쥐했습니다. 공룡만이 선택될 만큼 그리 ‘우월’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지요. 반대로, 삼첩기 말 생태계가 무너지는 재앙에서 요행히 살아남은 공룡의 한 무리가 다양화되어 텅 빈 생태공간을 채웠다는 식의 ‘운’이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쥐라기에는 초식공룡뿐만이 아니라 육식공룡 등 다양한 공룡이 거의 동시에 번성하였다는 증거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동시에 제비 뽑기를 통과했다는 이야기로 가능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또한 아무리 선택된 소수의 공룡에 빈 공간을 채울 기회가 주어졌더라도 그들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포유류 역시 그곳에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견해는 공룡들이 대형동물의 역할을 다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포유류는 곤충을 먹는 동물이었기에 거대한 몸집을 향해 진화적 방산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타당한 주장이지만, 다른 요인 즉, 중생대 포유류는 어떤 이유에선지 작은 몸집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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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 G. Farmer. Similarity of Crocodilian and Avian Lungs Indicates Unidirectional Flow Is Ancestral for Archosaurs. Integrative and Comparative Biology, 55: 962-971 (2015)

(2) W. S. Persons and P. J. Currie. The functional origin of dinosaur bipedalism: Cumulative evidence from bipedally inclined reptiles and disinclined mammals.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 420:1-7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