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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22: 페름기 말 대멸종(1)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8-02-08


2.5억년전 페름기 말 지구는 해양생물종 95%, 육상동물종 70% 이상이 절멸하는 재앙을 맞습니다(end-Permian mass extinction). 씨가 마른 종(species) 퍼센티지가 그랬다니 그냥 거의 다 죽었다고 보면 됩니다. 이후 다양성이 어느 정도 회복되기까지 500만년이나 걸렸습니다. 캄브리아기 이래 지구가 경험한 5번의 멸종사건 중 규모 면에서 가장 컸습니다. 그리고 절멸 기간은 불과 6만년 정도로, 지구 생명역사를 하루로 보면 카메라 셔터 여닫는 정도의 찰나입니다. 현재 지구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페름기 말보다 더 빠르게 종들의 다양성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6 번째 생명 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하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증가를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한편, 일부 그룹의 사람들은 ‘이산화탄소에게 모든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것은 너무하다. 지금의 증가는 지구전체 탄소순환(global C-cycle)의 한 부분일 뿐이며, 큰 시간 틀에서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라며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과학자들은 많은 연구를 통해 페름기 멸종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자 노력했고, 그 멸종은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온실가스가 어떻게, 어느 정도로 또 얼마나 빨리 증가했기에 지구의 탄소순환 자정 작용을 넘어서 걷잡을 수 없는 멸종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살펴보겠습니다(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


우선 죽음의 현장을 찾아가 봅니다. 남아공화국 동쪽 카루(Karoo) 분지는 페름기 말에서 삼첩기 초기의 육상 동물의 흔적을 잘 간직한 곳입니다. 분지 낮은 곳에는 초식 단궁류(synapsid)인 다이사이노돈트(dicynodonts, 두 개의 개 이빨) 화석 여러 종류가 나타납니다. 언덕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엄니(tusk) 달린 도마뱀 머리에 불독 몸을 가진 삽도마뱀(리스트로사우러스, lystrosarus) 화석이 드문 드문 보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페름기 종착점인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 절벽을 만납니다. 절벽 넘어 삼첩기로 들어서면 삽도마뱀 화석이 흔하게 발견됩니다. 삼첩기 초기는 온통 삽도마뱀 뿐이었습니다. 다른 척추동물은 절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란의 쥴파(Julfa) 지역은 페름기 말 해양생물의 부영양화 현장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기온상승은 불규칙하지만 막대한 비를 부릅니다. 토양 유실로 인, 질소, 황 포함 미네랄이 바다로 유입되어 세균과 조류가 산소를 쓰면서 번성합니다. 플랑크톤 다양성은 없어지고 대신에 미생물 생물량이 증가합니다. 무산소 바다에 혐기성 세균들이 죽은 생물 시체를 썩혀 독성 황화수소(H2S)를 배출합니다. 혐기성 고균도 가만있지 않고 유기 발효산물을 메탄으로 바꿉니다. 해양산성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산호초, 조개류, 갑각류가 사라집니다. 움직임이 사라진 바닥은 세균 매트로 덮여지고, 바다는 해안가부터 푸른색을 상실하고 검게 변합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지금의 시베리아 지역에서 일어난 화산폭발 때문에 페름기 말 지구 온난화가 시작되었다고 추정합니다. 시베리아에는 두께가 2-4 km, 면적이 3백만 km2나 되는 거대한 화강암이 밑에 깔린 용암지대(large igneous provinces, LIP)가 있습니다. 시베리아 트랩(Siberian traps)이라 부르는데, 지구 전체를 6 m 두께로 쌓을 정도입니다. 한번의 폭발로 그리 넓은 용암지대가 생길 수 없기에, 대규모 2차, 3차 화산작용이 있었고, 마그마는 바깥으로 분출되지 않고 옆으로 퍼져 거대한 화강암 지대를 형성했을 것으로 봅니다. 거대 용암지대 생성은 해수온도 상승과 맞물려 있으며, 이어서 해양의 산성화가 일어났다는 지질학적 증거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생명의 멸종을 가져오게 했다고 주장하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거대 용암지대는 500만년에 걸쳐 만들어졌는데, 멸종은 단지 6만년만에 끝났습니다. 초기 폭발 규모가 얼마나 컸기에 생물이 그리 빨리 죽었는지 설명이 안됩니다. 그리고 화산폭발은 멸종이 시작되기 30만년전에 일어났습니다. 생명에 충격을 주었지만 이내 지구의 되먹임 조절작용으로 회복된 것으로 보입니다. 왜 30만년이 지난 후에야 멸종이 거침없이 진행되었느냐는 의문입니다.


과학자들은 『화산폭발 a 온실가스 a 기온상승 a 멸종시작』에서 실제로 생명을 죽게 한 “살해기작(kill mechanism)”을 알고 싶어 합니다. MIT의 Bowring 박사와 박사과정 학생 Burgess는 멸종 전후의 사건의 발생 순서와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멸종의 직접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들은 페름기 멸종 이전 이후가 고스란히 노출된 지역들을 찾아가 샘플을 채취하여 사건의 발생과 환경변화 지표를 천년 단위 시간대로 분석합니다. ‘멸종이 시작되기 30만년전인 2.523억년전에 화산 폭발이 있었다. 현재 용암의 2/3가 분출될 정도로 컸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구 탄소순환에 변화를 가져올 만큼 크지 않았다(제1단계). 멸종이 시작되는 2.519억년전 이산화탄소와 메탄 대량 유출로 추정되는 탄소동위원소 비율의 변화가 불꽃(spike) 튀듯이 일어난다. 이내 가라앉았지만, 새로이 유입된 가벼운 탄소는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 40만년 동안 유지된다(제2단계). 이후 화산 활동이 이어지지만 탄소순환에 영향을 별로 크게 주지는 않았다(제3단계).’ 여기서 제2단계가 핵심입니다. 처음 화산분출에서 형성된 용암지대는 30만년 후에 일어난 화산활동에 영향을 줍니다. 마그마는 바깥으로 터져나가지 못하고 측면으로 넓게 퍼지면서 지표 가까이서 머물다 서서히 굳습니다. 이 과정에서 석탄기 말에 대량으로 매장된 유기탄소가 타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대량 분출합니다. 단순 화산폭발에서 나오는 양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정도로 많은 양입니다. 그리고 지표 가까이 불덩어리를 간직한 상태이니 지구는 뜨겁게 달구어집니다. 연이은 화산활동으로 달구어진 상태가 40만년동안 계속됩니다. 이 기간에 매장된 석탄은 다 타버렸기 때문에 온실가스 대기유입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구 온도 초기설정 값이 높아진 상태에서 또 이미 배출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지구는 고온으로 몸살을 앓습니다. 생물들은 이내 6만년만에 사라지고, 생물상이 회복되는데 500만년이나 걸린 이유입니다.


사실 2012년 중국 지구과학대학 중심의 국제 연구팀은 초기 삼첩기 무려 500만년이나 새로운 종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극단적인 고온 때문임을 Science에 발표하였습니다(2). 그들은 멸종 전후 2.53년전에서 2.45억년전 사이 15000개의 코노돈트 화석(생명의 역사15 참조)으로부터 산소와 탄소 동위원소를 분석하여 당시 열대 지역에서 육지의 온도가 50-60도, 해수 표면 온도는 40도였음을 보여줍니다. 20년간의 연구결과라 합니다. (온도에 따라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때의 온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온도가 그렇게까지 올라간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광합성은 35도면 멈추고 40도면 식물은 죽어 갑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화산분출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는 소모되지 않기에 기온은 그렇게 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MIT 연구진의 결과는 왜 그리 온도가 상승했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석탄기에 매몰되었던 유기탄소가 타버렸기 때문이며, 또 뜨거운 불덩어리를 지표 가까이에 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설은 사실 2009년도 노르웨이 그룹이 먼저 제시했음을 밝힙니다(3).


다음 글에서는 갑작스런 대기 중 메탄 증가가 지구의 탄소순환 되먹임 조절을 무너뜨려 멸종을 이르게 한 또 다른 “티핑 포인트”임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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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 D. Burgess, et al. Initial pulse of Siberian Traps sills as the trigger of the end-Permian mass extinction. Nature Communications 8:164 DOI: 10.1038/s41467-017-00083-9 (2017)

(2) Y. Sun, et al. Lethally Hot Temperatures During the Early Triassic Greenhouse. Science 19: 366-370 (2012)

(3) H. Svensen, st al. Siberian gas venting and the end-Permian environmental crisis.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277: 490-500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