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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20: 페름기, 파충류의 진화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8-01-29


석탄기에는 양서류(amphibians)가 번성합니다. 이들은 생존(섭식활동)을 위하여 육지생활에 적합한 형태적인 적응은 해야 했지만, 주변에 물이 있는 한 절실하게 생식시스템을 개선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현재의 모습을 가진 양서류(개구리, 도롱뇽)는 없었지만 과학자들은 석탄기 말 거대한 열대우림이 붕괴(carboniferous rainforest collapse)될 때 숲이 부분 부분 나뉘어짐에 따라 양서류가 다양한 형태로 분화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춥고 건조해지는 환경에 적응하는 파충류(reptiles)도 진화합니다. 파충류는 수정된 배아를 막과 껍질로 감싼 양막란(amniotic egg)을 낳음으로써 번식에 관한 한 물에서 자유로워지는 진화적 혁신을 이룹니다. 식물이 씨앗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옛날 아리스토텔레스는 불완전한 알과 완전한 알, 두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요즘 개념에서는 각각이 그 자체로 완전하지만, 그는 알이 부화하자마자 새끼가 나오는 복잡한 알을 보다 완전하다고 평했습니다. 소중한 배아를 담는 주머니(양막, amnion), 영양분을 담는 주머니(난황낭, yolk sac), 질소배설물을 담는 주머니(요막, allantois), 그리고 이들 모두를 담는 주머니(융모막, chorion) 포함 모두 4개의 배외막(extraembryonic membranes)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파충류 어미는 뱃속에서 이들 내용물을 통풍이 잘되는 물컹하지만 어느 정도 단단한 껍질로 싸서 바깥으로 내보냅니다. 배아는 엄마를 떠나 잠시 동안이나마 자급자족할 수 있습니다. 4개의 배외막은 엄마 자궁에 태아를 간직하는 태반 포유류에 모두 남아 있습니다. 비록 난황은 작아졌지만, 파충류 유전프로그램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죠. 우리는 양막류(amniotes)의 일부입니다. 새들도 그렇고요.


페름기 초반은 춥고 건조했습니다. 겉씨식물(소철과 은행나무류)이 퍼져나갔고 양치류는 강가나 습지로 밀립니다. 큰 몸집의 양서류는 견디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한편 파충류는 습지에서부터 건조한 지역까지 진출하여 다양하게 진화합니다. 나중에 조류와 포유류를 탄생시킵니다. 여기서 다시 강조합니다. 양서류에서 파충류,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양서류 중 어떤 종이 분지하여 파충류로 진화했고, 파충류 중 어떤 종이 포유류로 진화했습니다. 화석학자들은 양서류와 파충류의 공동조상 그리고 파충류와 포유류의 공동조상이 있을 것으로 상정합니다. 사실 꽤 많은 파충류-유사 양서류(reptile-like amphibians)와 포유류-유사 파충류(mammal-like reptiles) 화석들이 발견되었습니다.


현존하는 파충류는 거북, 뱀, 도마뱀, 이구아나, 악어 등이 있습니다. 사라진 공룡과 익룡(pterosaurs, flying reptile)도 파충류입니다. 결국 공룡의 후예 새도 파충류입니다. 이들 중 거북이만 빼고 모두 두개골에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눈구멍(eye socket) 옆에 측두공(temporal fenastra)이라 하는 구멍이 두 개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총칭하여 이궁류(diapsids)라 합니다. 이들은 석탄기 말 페름기 초반에 파충류-유사 양서류에서 시작하여 페름기 한동안 번성하지만, 삼척기(Triassic period, 2.5-2.0억년전)로 넘어가는 대멸종(Permian mass extinction) 시기에 사라집니다. 일부는 명맥을 겨우 유지하다가 삼척기에 지배종으로 등극하여 공룡전성시대를 열게 됩니다.


한편, 포유류는 측두공이 하나인 단궁류(synapsids)에서 왔습니다. 포유류-유사 파충류로 역시 페름기에 나타났습니다. 가장 유명한 단궁류는 페름기 초기 2.8억년전에 번성하였던 육식성 디메트로돈(dimetrodon)입니다. 육식성으로 시작한 단궁류는 페름기 내내 번성하여 지배종으로 영화를 누리다가 나중 덩치 큰 초식성 단궁류도 나타납니다. 최근 가장 오래된 포유류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사이노돈트(cynodonts “dog teeth”)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단궁류는 2.35억년전에 묻힌 것으로 ‘비늘이 있는 큰 쥐’라고 상상하면 됩니다. 큰 앞니를 가지고 있고 곤충을 잡아먹었다고 봅니다. 이들 포유류-유사 파충류 대부분은 페름기 대멸종 시기에 사라집니다. 일부 명맥을 겨우 유지하다가 삼척기 후반에 좀더 진화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지만, 공룡 등살에 기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석탄기에 출현한 파충류는 육상생활로 시작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생활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흩어져, 어떤 것은 민물로 들어가고 어떤 것은 바다 속에서 생활하는가 하면, 또 어떤 것은 공중을 날아 다니는 등 여러 가지 생활형태를 갖게 됩니다. 초식성으로 분화되기도 하고, 일부는 태생(viviparous)을 하게 되어 포유류와 비슷하게 됩니다. 지금도 알을 몸 속에서 부화시키는 태생 파충류가 꽤 있습니다. 3.2억년전 양막류 조상에서 파충류와 포유류 계열로 나누어진 이래 현재 포유류는 4500종 파충류는 17000종이 있습니다. 파충류의 종분화 능력은 가히 놀랍습니다. 이들은 주변 온도에 체온을 맞추는 외온성 동물(ectoderms)입니다. 외온성 동물은 많이 먹고 열을 만드는 내온성 포유류에 비해 한참 적게 먹기 때문에 개체 수를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온도가 낮아지면 곤경에 처합니다. 몸집이 작으면 더욱 그러하지요. 따뜻한 곳을 찾아 먼 데까지 이동할 수도 없고, 임시방편적인 표현형 가소성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생명의 역사 17, 18). 유전자 변이에 의한 신체적 생리적 행동적 적응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성비를 온도에 따라 조절하는 생식 생리적응을 통하여 개체수를 유지합니다. 건조한 환경에 알맞은 방수피부와 음식에서 가능한 모든 물을 흡수하고 오줌으로 내보내지 않고 땀을 흘리지 않는 등 물을 절약하는 생리를 진화시킵니다. 생존을 위해 포식자를 피하거나 위협하는, 현란하고 다양한 방어전략(보호색, 경고색, 독, 꼬리자르기)을 펼칩니다. 모터가 달린 긴 혀를 말았다가 풀면서 정확하게 과녁을 맞추는 카멜레온의 섭식 장치 및 행동 적응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파충류에는 진화가 빨리 진행되게 하는 특별한 무엇이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은 카멜레온이 속한 아놀(anole) 도마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