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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19: 석탄기 숲, 유기탄소매몰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8-01-24


사지동물 육상진출이 일어난 데본기 말 3.75 - 3.60억년전에는 생명의 대량멸종(late Devonian mass extinction)이 진행되던 시기입니다. 멸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여러 번에 걸친 환경충격 예를 들면, 화산폭발, 운석충돌, 수중 용존 산소결핍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석탄기(Carboniferous period, 3.6 - 3.0억년전)로 들어서는 3.6억년전 즈음에 해당하는 지층에서는 화석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이 시기에 조개류, 삼엽충, 산호 등 얕은 바다에 사는 생명이 많이 사라졌지만 육상생물은 영향을 덜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육지로 오른 사지동물은 다양한 형태의 양서류(amphibian)로 진화하였으니까요. 사실 데본기 멸종은 식물이 번성하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Devonian plant hypothesis). 이 가설을 설명하기 전에 식물의 진화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화석 증거는 4.7억년전 오르도비스기에 식물이 육지에 정착하였음을 보여줍니다. 10억년 전부터 바닷가 근처에 부유하던 녹조류가 물에 잠기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게끔 구조적 생리적 적응이 일어났고, 곰팡이와 상호협력 관계를 맺습니다. 초기 식물은 광합성 산물 당을 곰팡이에게 주고 곰팡이는 무기질 포함 다양한 대사물질로 갚습니다. 곰팡이류(균류)는 한때 식물처럼 여겼으나 사실 동물에 더 가깝습니다. 식물-곰팡이 상생 구조는 식물이 지구를 녹색화하는데 기여했고, 더불어 곰팡이류도 매우 다양하게 분화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 식물은 광합성 상부와 양분흡수 하부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은 이끼(moss)와 비슷했습니다. 4.2억년전 즈음 물이나 영양소를 운반하는 관이 생기면서 상부 잎과 하부 뿌리가 기능에 알맞은 구조를 갖춥니다. 이러한 관다발 조직(vascular tissues)은 식물이 크게 자랄 수 있도록 한 진화적 혁신입니다. 관다발식물은 데본기를 주름잡고 황량한 지구를 푸르게 바꿨습니다. 그때의 석송류(lycophytes)와 양치류(monilophytes)가 지금도 깊은 숲 습지에 번성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혁신은 물을 수송하는 물관(xylum)에서 나타납니다. 관을 둘러싼 세포에서 리그닌(lignin)이 만들어져 줄기가 튼튼해집니다. 이러한 목질화는 식물을 한참 높이 자라게 하여, 데본기 초 30 cm 정도에서 데본기 말에는 30 m나 되는 큰 식물이 나타납니다. 어떻게 물이 30 m 높이까지 물을 운반할 수 있느냐? 줄기에 중력 부담을 줄이면서 잎사귀를 늘리는 방법이 무엇이냐? 줄기의 유연성은 어떻게 확보하느냐? 진화는 이러한 문제를 어느 공학자보다 뛰어나게 해결합니다.

식물이 높이 자라면 빛을 독점할 수 있고, 생식 포자를 멀리 날릴 수 있기에 번식에 유리합니다. 데본기 말에는 나무와 유사하나 잎은 고사리인 전이형태의 나무가 숲을 이루었습니다(archaeotperis forests). 이 고대 식물은 뉴질랜드에 서생하는 나무고사리(tree fern)와 비슷합니다. 적도 지역에서 시작된 녹색혁명은 지구가 처음 접해보는 환경 변화이며, 비로소 토양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됩니다. 이즈음 적도에 걸쳐 있던 유럽과 북미 대륙이 남반부 곤드와나 대륙으로 합쳐지기 시작하고 해수면이 높아지며 내륙 습지가 물에 잠깁니다. 토양 유기물과 미네랄이 얕은 바다로 유입되면서 물이 썩는 부영양화(eutrophication)가 일어납니다. 용존산소량이 줄어들고(anoxia), 유기물은 산화되지 않고 매장됩니다. 또한 내륙에서는 규산염 풍화로 탄산칼슘과 탄산마그네슘이 만들어져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줄어듭니다. 온실가스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온이 떨어져 남극 곤드와나 내륙에 빙하가 생깁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바다 생물의 멸종을 유도하였는데, 얕은 바다에서 더 심각했습니다. 방사형 지느러미류, 연골어류, 사지류는 멸종을 피해 석탄기의 주요 동물로 재편됩니다. 식물에 의한 녹색화가 생명을 움트게 한 바다를 황폐화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입니다. 이상이 ‘식물 번성에 따른 데본기 생물멸종 가설(Devonian plant hypothesis)’ 요약입니다.


데본기를 지나 석탄기로 들어서서 식물은 또 다른 혁신을 이룹니다. 바로 씨앗(종자)의 진화입니다. 씨앗은 동물의 배아(embryo)와 같습니다. 즉, 정자와 난자 수정 후에 엄마 뱃속에서 일정기간 자란 것이죠. 어버이 식물은 배아를 영양분과 함께 딱딱한 층으로 감싸 씨앗을 만듭니다. 이러한 씨앗은 어버이 식물에서 분리된 후에도 수일, 수개월, 심지어 수년 동안 휴면상태로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리적 작용이나 동물에 의해 원거리로 이동할 수 있으며, 거기서 환경이 허락하면 휴면기에서 깨어나 성체로 자랄 수 있습니다. 식물의 진화는 능동적으로 수정을 할 수 없는 한계와 자손을 멀리 퍼뜨릴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씨의 진화는 식물 특히 나무의 광범위 확산에 커다란 기여를 하여 석탄기 후반(3.2 - 3.0억년전) 울창한 산림을 형성합니다. 현존하는 소나무 등이 포함된 침엽수림(conifers)과 비슷했을 것입니다. 소나무와 같이 씨를 바깥에 노출한 종자식물(seed plants)을 겉씨식물(gymnosperms)이라 합니다. 한편 씨를 씨방(ovary) 안에 감추고 꽃을 피우는 종자식물을 속씨식물(angiosperms)이라 합니다. 속씨식물은 1억4천만년전 중생대 백악기에 나타납니다. 겉씨식물보다 2억년 이상 지난 후에 생명역사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사건인 현화 속씨식물의 진화는 나중에 다루겠습니다.


석탄기는 지구의 생명역사에서 아주 두드러진 기간입니다. 열대우림 뿐만이 아니라 침엽수림이 통째로 광범위하게 매장된 시기입니다. 잠자리가 갈매기만해졌고, 전갈이 80 cm 정도, 지네는 자동차만큼이나 컸습니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35% 정도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육지에 녹화 지역이 확장됨에 따라 광합성 증가로 산소 농도는 증가하지만, 어떻게 데본기 초 10% 정도에서 시작하여 5천만년만에 35%까지 증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시카고 필드 박물관(The Field Museum)의 Glasspool 박사의 가설을 소개합니다. ‘산소농도가 15% 정도일 때는 자연적인 화재가 일어나지 않지만, 25% 정도에 이르면 물에 젖은 수목에서도 화재가 일어난다. 과거 0.5억년전에 매장된 석탄에는 불에 탄 숯이 4-8% 정도지만, 3.2 - 2.5억년전에 매장된 석탄에는 숯이 70%에 달한다. 이는 증가한 산소 때문에 화재가 빈번히 발생했음을 말해준다. 화재 후 생태계 복원과정에서 화재에 저항성을 가진 식물, 특히 리그닌을 다량 함유한 침엽수의 등장은 진화적 귀결이다. 화재에 잘 연소되지 않는 목재 유기탄소가 묻히고 산소 소모는 줄어, 대기 산소 농도는 증가한다. 이러한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산소 농도는 35%까지 올라가고 더불어 탄소매장량도 증가한다.’


사실 리그닌에 의한 목질화가 석탄기 탄소매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주장이 1990년대부터 제기되었습니다. 2012년 미국 에너지부 산하 유전체 연구소 중심으로 꾸며진 71명의 국제 연구팀은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곰팡이가 석탄기에는 없어서 그러했다는 주장을 펼칩니다(1). 이들은 31종 곰팡이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여 리그닌과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찾아냅니다. 그들의 유전자 계통을 분자시계적으로 분석하여 리그닌 함유 목재를 갉아먹는 곰팡이는 2.9억년전에 처음으로 나타났음을 알아냅니다. 석탄기를 벋어나자마자 탄소매장이 급격히 줄이든 이유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었으나, 이 연구결과는 그 이유를 생물학적 원인에서 찾았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2017년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에 의해 이러한 생물학적 원인을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됩니다(2).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곰팡이는 석탄기 이전에도 있었으며 세균도 분해할 수 있다. 그리고 석탄은 리그닌 함양이 높은 나무고사리나 침엽수 이외에, 리그닌 함양이 거의 없는 석송류가 매장되어 만들어진 것도 많다. 따라서 석탄 매장은 리그닌 분해와 상관없다.’ 이들은 석탄기 유기탄소 매장은 비생물학적 원인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과정은 앞서 소개한 ‘식물 번성에 따른 데본기 멸종 가설’에 준합니다. 초대륙 판게아(Pangaea)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석탄기 열대우림이 붕괴되는 사건(carboniferous rainforest collapse, CRC)이 일어났고, 쓰러진 관목들이 썩지 않고 대량 매몰됩니다. 내륙 분지에서 수중 무산소 환경이 주기적으로 조성되었고, 남극 쪽에 빙하의 생성과 후퇴에 따른 해수면 등락이 심했습니다. 숲이 황폐화되면서 지구는 춥고 건조해집니다. 석탄기가 끝나고 페름기(Permian period)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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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 Floudas et al. The Paleozoic origin of enzymatic lignin decomposition reconstructed from 31 fungal genomes. Science 336:1715-1719 (2012)

(2) M. P. Nelsen et al. Delayed fungal evolution did not cause the Paleozoic peak in coal production. Proc. Natl. Acad. Sci. USA 113: 2442–2447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