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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8 무술년 황금 개의 해를 맞이하여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8-01-11


올해는 무술년 황금빛 개의 해입니다. 개는 인간과 제일 먼저 친구 맺기를 시작한 동물입니다. 1만년전 농경시대에 인간이 어린 새끼 늑대를 무리에서 떼어내 개로 길들였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지만 늑대에서 개로 진화하는 과정에 인간이 개입한 부분이 그리 크지 않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순한 늑대를 선택해 짝을 맺어 개로 육종하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시절, 1만5천년 내지는 3만 2천년전에 인간의 주변을 따라다니는 늑대가 능동적으로 인간 집단에 접근하면서 개로 되었다고 봅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늑대개(wolf-dog, 현재의 늑대와 개의 잡종과는 다른 종임)가 먹거리를 쉽게 얻고자 사람들의 주변을 기웃거렸고, 인간은 그들을 사냥과 경계의 목적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들 중 두려움없고 붙임성있는 녀석들이 개로 진화하였을 것입니다. 그 후 이들은 인간과 가장 친한 반려자가 됩니다.


인간은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가리키기는 보편적이며 선천적인 행동으로 의사소통과 언어발달에 중요한 수단입니다. 아기들은 한 살 정도면 그 행동을 이해하여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봅니다. 우리의 사촌 침팬지는 어른이 되어도 가리키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여, 가리키는 곳 대신에 손을 보며 훈련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물 중 유독 개만이 그 행동을 이해하여 가리키는 장소나 물건을 바라봅니다. 더 나아가 개는 인간의 눈동자를 살펴 주인의 의도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능력이 훈련을 통해 얻기 보다는, 유전적으로 장착된 인간과의 공진화 결과라고 간주합니다. 이에 관련된 유전적인 변이를 찾아 내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길들여짐(domestication)은 가축화라고도 하는데 순전히 인간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늑대와 개의 차이를 보면, 가축화되면서 나타나는 형태적, 생리적, 행동적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쫑긋했던 귀가 늘어지고 꼬리가 말려 올라갑니다. 주둥이가 짧아지고 치아와 턱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털 빛깔이 옅어지고 얼룩이 나타납니다. 뇌 용적도 줄어듭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부신 피질 역시 축소됩니다. 길들여진 동물은 보다 어린 모습을 보이며, 의존적이고 온순하며 두려움을 모릅니다. 먹는 것이 해결되고 안전이 보장되기에,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처리하거나 저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뇌는 줄어 들고 대신에 발정기 주기가 빨라져 자식을 많이 남기는 생리 전략이 채택됩니다. 이러한 특징은 가축화 동물 대부분에서, 심지어 애완용 새나 물고기에서도 나타납니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면, 우리 역시 가축화 과정을 밟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체제, 즉 전통, 문화, 권력 등에 길들여집니다. 농경사회로 들어간 이래로 우리는 고대인에 비해 덜 폭력적으로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의존하며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 증거에 의하면, 고대인에 비해 얼굴 모습이 어려졌으며, 앞으로 보다 여성적인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고 합니다. 많은 정보를 일일이 뇌에 저장하기 보다는 대체 저장소를 강구했기에 뇌의 크기가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덜 똑똑해 진 것은 아닙니다.

길들여짐은 상호 호혜적인 관계가 차츰 지배와 복종의 관계로 변함을 내포합니다. 네안데르탈인은 혹독한 빙하기에 우리의 직계 조상 사피엔스와 심한 생존경쟁을 벌이다가 3만년전 즈음 흔적을 별로 남기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개와 동맹을 맺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인간의 동반자 개도 다른 어떤 늑대 종 보다 진화적 성공을 거두어 다양한 모습으로 번성하였습니다. 현재 지구에 10억 마리의 개가 있는데, 그 중 인간의 동반자 대우를 받는 개는 1/4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3/4은 우리 주변을 맴돌며 쓰레기를 뒤지고 있습니다. 길들여짐의 대가는 길들여진 대상만이 감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