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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15: 척추동물, 턱의 진화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7-08-31


척삭동물이 척추동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시각, 후각, 평형감각 기관과 뇌를 감싸는 연골성 두개골을 갖춘 그렇지만, 턱이 없는 무악척추동물(agnathans)이 등장합니다. 현존하는 먹장어류(hagfishs)와 칠성장어류(lampreys)가 여기에 속합니다. 이들은 고생대 시기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존자로 원구류(cyclostromes; strome, 입)라고도 하는데, 주둥이를 동물 먹잇감에 박고 양분을 빨아먹습니다. 이후 유악동물(gnathostromes)이라 불리는 턱이 있는 척추동물이 득세합니다. 턱의 진화는 생존게임 규칙을 바꾼 큰 사건으로 많은 척추동물학자들이 그 기원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한 가설에 의하면 위턱과 아래턱이 경첩 같은 구조로 물려 있는데, 이는 창고기 때부터 있었던 인두(아가미)열 중 제일 앞쪽 열을 지지하는 위 아래 골격막대가 변형되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턱은 부유물 섭취자인 척삭동물이 한 모금에 많은 양을 빨리 들이키기 위한 적응으로 진화하였고, 먹이를 물고 씹는 기능은 부수적으로 얻어진 것입니다(evolutionary byproduct). 이외에 유악동물에 가슴 배 꼬리 지느러미가 갖춰져 먹이를 빠르게 추적할 수 있게 됩니다. 상어와 그 친척들을 포함하는 연골어류, 방사형지느러미(ray-finned)류와 잎사귀형지느러미(lobe-finned)류를 포함하는 경골어류, 육상으로 진출한 양서류, 파충류(조류 포함), 포유류 모두가 유악동물에 속합니다.


유악동물의 최초 화석은 4.4억년 전 실루리아기 것으로, 이들은 오르도비스기 말에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지구환경을 살펴보면, 남반부 거대 대륙 곤드와나가 남극으로 위치하면서 얼음이 얼기 시작합니다. 태양열 흡수보다는 반사가 많아져 빙하지대가 계속 넓어지고 해수면이 낮아져 대부분의 해양생명 서식지인 얕은 바다가 사라집니다. 지구 생명역사 다섯 번의 멸종사건 중 두 번째로 심한 멸종이 시작됩니다(Ordovician-Silurian extinction). 5백만년에 걸친 멸종사태로 오르도비스기에 살았던 바다 생명 60% 속(genera)이 없어졌습니다. 실루리아기에 접어들어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되고, 시련을 넘긴 동물들은 따뜻한 평온기를 맞아 강어귀와 얕은 바다에 번성하기 시작합니다. 이즈음 이끼 식물이 땅에 자리잡고, 이어서 절지동물이 땅으로 진출합니다. 그렇지만 생명 대부분은 여전히 바다에서 생활합니다. 최초의 유악동물은 판형 갑옷을 입은 판피어류(placoderms)입니다. 대부분은 1m 이내이지만 10m가 넘든 애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데본기에 들어서도 종마다 자신에 맞는 특정 환경에 적응하여 번성하였지만, 데본기 말기 환경변화에 미쳐 대응하지 못하여 완전 멸종합니다. 이들이 사라지자 연골어류(chondrichthyans)가 제 세상 만난 듯 번성합니다. 현존하는 연골어류는 상어, 가오리, 홍어가 포함된 1000종이 있습니다. 곧이어 조기나 명태 같은 인산칼슘 무기질 뼈를 가진 경골어류(osteichthyans)가 나타납니다. 경골어류의 다양화가 이루어진 데본기를 물고기 시대(the age of fishes)라고도 합니다. 경골어류는 현재 27,000 종으로 척추동물 중 가장 다양합니다.


한편, 무악 척추동물 중 캠브리아기에 나타나 고생대를 거쳐 중생대 초까지 있었던 코노돈트(conodont)가 있습니다. 특히 뱀장어와 비슷한 모습에 연골로 된 내부 골격과 큰 눈을 가지고 있었던 종도 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들은 구강 앞쪽 끝에 가시갈고리 같은 칼슘 무기질의 치아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들 종의 생존력은 뛰어나 몇 번의 부침을 거듭하지만 지구역사에서 가장 심하게 대규모로 일어난 페름기 멸종사건에서도 살아남습니다. 이들은 2억년전 중생대 초기에 멸종하였는데 그 이유는 모릅니다. 하여간, 이 동물의 진화적 성공, 끈질긴 생존력을 가지게 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먹는 방법의 혁신, 즉 이빨에 있었다고 봅니다. 과학자들은 턱의 진화와 이빨의 진화는 다른 어떤 기관보다 동물의 적합도를 높여준다고 평가합니다. 턱에 이빨이 장착된 유악동물 상어가 바다의 최강자로 여전히 위용을 발휘하는 이유가 자명합니다. 척추동물의 내골격은 처음에는 무기질화(mineralized)되지 않은 연골구조였습니다. 인산칼슘 무기질 뼈대는 척추동물 역사에서 비교적 나중에 나타난 것입니다. 골격의 무기질화 과정은 코노돈트에서 볼 수 있듯이 구강 이빨에서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악 판피어류의 갑피도 경골성 작은 치아 모양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최근 드러났습니다. 구강에서 시작된 무기질화는 나중에 보호를 위한 갑피에 응용되었음을 시사합니다. 경골어류에서도 몸통뼈의 무기질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머리뼈의 무기질화가 먼저 일어났습니다.


3.6억년전 데본기 멸종사건에서 사라진 판피어류 자리를 경골어류가 채우면서 적응방산(adaptive radiation)이 일어납니다. 진화학자들은 생명의 적응방산이 어떻게 일어나느냐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생명 계보의 극적인 구성은 역사적인 우연의 사건에 따른 생태적, 유전적, 발생학적 요인들이 함께 어우러진 복잡한 과정입니다. 적응방산이 일어나는 모드는 상기 요인들에서 우연한 일치로 한꺼번에 변화가 일어나 종의 빠른 분기를 유도하고, 이후 일정 안정기에 도달한다고 가정합니다. 과학자들은 화석기록 패턴과 현존하는 생명의 계통을 분석하여 어떤 특정 형태에서 시작되는 다양성의 ‘폭발’(burst of divergence) 과정을 파악하려 합니다. 한편 방산과정에서 형태 변화는 단계별로 일어난다는 모델도 있습니다. ‘서식지-먼저’ 모델이 한 예인데, 종의 분기는 서식지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데, 이동에 유리하게 몸의 크기나 형태에서 변화가 먼저 일어나고, 나중 이동지의 먹거리에 따라 섭식 행위에 알맞은 형태 즉, 두개골이나 턱의 형태에서 변화가 나중에 일어난다는 가설입니다. 이 모델에 의하면 새의 경우는 날개가 부리보다 먼저, 물고기의 경우는 지느러미가 입보다 먼저, 그리고 포유류의 경우는 다리가 이빨 보다 먼저 진화한다고 가정합니다.


시카고 대학의 Lauren Sallen 박사와 옥스포드 대학의 Matt Friedmann박사는 데본기 멸종사건과 나중 6천6백만년전 백악기 멸종사건을 거쳐 적응방산을 경험했던 방사형지느러미 물고기 화석 형태를 분석하여 상기한 모델의 타당성을 검증합니다. 69종의 데본기 물고기와 203종의 백악기 물고기의 두개골에서 턱의 위치, 몸통뼈에서 지느러미 위치를 표시하고, 그러한 표지가 적응방산 전후에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분석합니다. 결과는 재미있게도 두 적응방산 시기 모두에서 물고기는 머리 모양을 체형보다 먼저 바꾼다는 것입니다. 데본기 물고기는 멸종시기를 넘긴 후 바로 분화하기 시작하여 두개골 형태가 위아래로 길어지고 넙적해집니다. 나중 백만여 년 지난 뒤에야 유선형 어뢰모양에서 삽모양으로 바뀐 종이 나타납니다. 백악기 물고기 역시 머리가 먼저 바뀝니다. 그들의 ‘머리-먼저’ 결과는 적응방산이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일어난다는 모델과 다르며, 환경에 먼저 적응하는 ‘체형 변화 먼저’ 모델과도 반대 순서입니다(1). 왜 물고기가 머리 형태를 먼저 바꾸느냐? 먹이에 따라 물고 으깨고 씹고 잘게 부수고 빠는 등 다양하게 처리하기 위함이겠지요. 데본기 그리고 백악기 멸종 후 물고기는 턱을 변화시켜가며 다양한 먹거리를 탐합니다. 두개골의 형태를 바꿔 새로운 먹거리에 적응하는 것이 체형을 바꿔 새로운 서식지를 찾는 것보다 쉬웠던 것 같습니다.


섭식 행동의 변화가 궁극적으로 적응방산을 이끌 것인가? Sallen 박사와 Friedmann 박사는 이 질문에 답하기를 조심스러워하지만, ‘머리-먼저’ 모델은 적응방산의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특정 동물이 구성원 수에 비해 한정된 먹이에 접하게 되었을 때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진보적으로 대응하여 익숙하지 않은 먹거리를 받아들이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 익히 먹던 음식을 찾는 것입니다. 다윈이 언급했던 갈라파고스 핀치새의 경우, 부리를 바꾸기 전에 먹이를 바꾸어가며 적응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동물은 먹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대단한 융통성을 발휘합니다. 잡식성은 종의 적응도를 높입니다. 새로운 문화권의 음식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가로 한 개인의 성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말, 일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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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 Sallan and M. Friedman (2011). Heads or tails: staged diversification in vertebrate evolutionary radiation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10.1098/rspb.2011.2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