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뉴 닫기
 

열린마당

제목
2017 정유년 붉은 닭의 해를 맞이하여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7-01-04 


요즘 닭은 참 억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내가 너희들을 위해 기여한 바가 어느 누구 못지 않았는데 이게 뭐냐? 내가 독감에 걸렸다 하더라도 무려 3000만 동료를 생매장할 수 있느냐?’ 둘째, ‘왜 자꾸 나더러 머리 나쁘다 하느냐?’ 또 ‘바다 건너 아이들은 나를 겁쟁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 턱도 없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우느냐?’ 올해는 정유년 붉은 닭의 해입니다. ‘닭’하면 떠오르는 이러한 오해와 편견에서 한걸음 더 들어가 봅니다.


우리 조상이 수렵 채집 사회를 벗어날 무렵, 닭은 가축화 되었습니다. 다른 여타 가축에 비해 단 하나의 용도 즉, 인류의 단백질 공급을 위해 키워졌습니다. 위협적이지 않고, 잘 날지도 못하고, 더구나 적당한 크기에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관리가 쉽고 저비용으로 고단백을 얻을 수 있는 가축입니다. 살코기는 물론 달걀도 아주 값싼 질소원으로 인류의 건강과 영양에 이바지하였습니다. 요즘 선호하는 화이트밋 고기도 닭이 공급합니다. 소, 돼지, 양에 비해 환태평양 작은 섬, 안데스 고산지대 어느 생태권이건 사육되는, 어느 문명권이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인류 보편의 단백질 제공용 가축입니다.


닭은 실험 동물용으로도 많이 쓰였습니다. 루이 파스퇴르에 의한 닭콜레라 연구는 에드워드 제너의 천연두 예방 기술을 어떤 바이러스나 세균에 범용으로 쓰일 수 있게 했습니다. 즉, 예방백신의 과학적 원리를 제시한 연구로, 기술에서 과학으로의 발전에 기여한 동물이 닭입니다. 바이러스가 암을 유발한다는 발견도 닭을 이용한 연구였습니다. 닭뿐만이 아니라 달걀도 연구에 쓰입니다. 달걀 없이는 발생학의 진전 이룰 수 없습니다. 독감백신은 달걀 수정란에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만듭니다. 이러하니 작금의 독감 유행에 닭은 무척 억울해 합니다.


둘째, 닭을 포함한 조류는 다른 동물에 비해 머리가 나쁘지 않습니다. 새들은 우리가 말을 배우듯 어미나 동료로부터 노래를 배웁니다. 또 자기 독창적인 노래 가락을 만듭니다. 학습능력과 응용능력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벼운 덧셈과 뺄셈을 합니다. 자기 행동에 따른 결과를 판단하고 그에 따른 보상도 기대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녹녹하지 않은 상황에 대비하여 먹이를 곳곳에 저장하고 그 장소를 기억하여 찾아냅니다. 추론력과 예측력 있고, 기억력도 남다릅니다.


셋째, 닭은 겁쟁이가 아닙니다. 프랑스의 상징은 수탉입니다. 주변 국가가 '사육하고 길들여지는 동물이 닭'이라며 비웃지만, 프랑스인들은 수탉을 '용감하고 담대한 동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국가의 상징으로 고집합니다. 1789년 불란서혁명의 주역다운 그들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수탉은 새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는 동물, 그러하니 희망을 뜻한다. 울음소리가 군대의 나팔소리와 같으니 국경에서 싸우고 있는 병사들을 상기시킨다.’ 겁쟁이 보다는 용감한 동물의 상징입니다.


어느 신년 하례식이건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나는 여기서 ‘긴장’과 ‘준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017년은 분명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변화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변화의 시기에는 수탉과 같이 새벽을 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을 추리고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공룡의 후예인 닭을 포함한 새들은 하늘로 날아 오르려고 몸무게를 줄이는 부단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심지어 많은 새들은 뇌의 크기를 필요에 따라 늘리거나 줄입니다. 먹이를 저장하고 찾을 때에는 두뇌의 용량을 늘립니다. 먹이가 풍부하여 자식을 낳고 키우기에 좋은 시절이 다가오면 불필요하고 부담스런 뇌를 줄입니다. 우리 인간은 아주 큰 뇌를 유지하기 위하여 엄청 먹어대고, 그 뇌를 만족시키고자 엄청 쌓아두려고 합니다. 정치적으로 변화하는 시기, 경제적으로는 녹녹하지 않은 시기를 대비하여 머리를 예리하게, 목에 힘을 빼고, 몸은 유연하고 가볍게 유지하며 새로운 해를 맞이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