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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의 역사3: 광합성 세균의 진화
작성일
2020.08.18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6-12-12


세균은 크게 두 가지 전략을 가지고 광합성 장치를 진화시켰습니다. 한 그룹의 세균은 빛에너지를 유기물 합성에 이용하는 요량으로, 다른 그룹은 ATP를 생산하기 위한 요량으로 각기 제1형 또는 제2형 반응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진화에서의 혁신은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는 데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있던 장치에 덧대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지난 27번 루카의 출현에 대한 글에서 설명했듯이 루카는 에너지 충당에 필요한 기본적인 전자전달장치나 ATP를 합성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었고, 온전한 세균으로의 진화 과정에서 이러한 장치는 점진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더욱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세균으로의 진화에는 좀더 혁신적인 개선이 필요하였고 이를 위해 세균은 기존 전자전달 시스템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효율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 장치를 덧붙입니다. 이 추가장치에서 빛을 쪼이면 활성화되는 색소분자인 세균엽록소(bacteriochlorophyll)가 사용됩니다. 제1형 반응센터는 빛입자가 세균엽록소를 때릴 때 튀어나오는 전자를 포획하여 NAD(P)+로 전달하는 장치입니다. 이때 환원력 즉, 누구에게나 전자를 잘 제공하는 물질인 NAD(P)H가 만들어지며, 이는 이산화탄소를 환원시켜 여러 유기물 합성을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이 장치를 갖춘 세균은 훨씬 쉽게 자신에 필요한 유기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겠죠. 그리고 전자를 잃어버린 세균엽록소에는 황화수소에서 전자를 빼내어 메꿉니다. 제2형 반응센터도 제1형에서와 같이 세균엽록소를 사용합니다. 다만 거기서 빠져 나온 전자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끔 원점회귀형 전자전달계로 개조하였다는 점이 다릅니다. 되돌리는 과정에서 수소이온펌프가 작동하여 세포막 사이에 수소이온 농도차이가 생기고 이로부터 ATP가 만들어집니다. 다시 강조하면, 광합성 장치는 루카시절에 만들어진 전자전달 장치에 빛에너지를 이용하는 장치가 추가되고, 또한 일부 부품을 용도에 맞게 개조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대부분의 무산소성 광합성 세균은 이러한 두 반응센터 중 하나를 가지고 있는데, 녹색황세균(GSB)은 제1형 반응센터를, 자색황세균(PSB)은 제2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디 반응센터는 강한 빛에너지를 흡수하는 광보호장치에서 출발하였다고 봅니다. 유전자 족보를 통하여 광합성 반응센터의 기원을 알아 보려는 시도는 많이 있었지만 어떤 유전자를 대상으로 추적하건 세균들 사이의 광범위한 유전자 측면전달로 그 기원은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최근 세균엽록소-a의 합성에 관련된 유전자의 기원을 추적해보니 유전자 측면전달이 배제된 수직전달 계보를 그릴 수 있어 광합성 세균의 직계 조상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즉, 무산소성 광합성은 현존하는 세균이 분기되기 이전 37-35억년 전에 나타났을 것으로 예측합니다(1). 이는 현존하는 모든 세균은 광합성 세균의 후예일 것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광합성의 진화는 세균의 폭발적인 다양성의 증가를 가져오게 하였으며, 그 장치를 갖추지 않은 세균은 경쟁에 밀려 사라졌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현존하는 세균에는 광합성을 하지 않는 세균의 종이 훨씬 더 많이 있습니다. 세균의 진화 어떤 시점에서 세균은 광합성 장치를 버리는 것이 자손의 번성에 유리했을 것임을 시사합니다. 즉, 광합성보다 더 좋은 에너지 획득 방법을 모색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진화압력이 어디에서 왔을까요? 산소를 생산하는 광합성 세균의 등장 때문입니다.


산소성 광합성 세균의 진화는 삶의 규칙을 바꿔놓은 지구 생명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남세균(cyanobacteria)은 현존하는 유일한 산소성 광합성 세균으로, 이들은 제1형 및 제2형 반응센터 둘 다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세균에서는 주된 색소분자로는 세균엽록소 대신에 엽록소(chlorophyll)를 쓰며, 그들의 반응센터 핵심 부품은 비산소성 세균의 부품과 구조적으로 비슷합니다. 다만, 비산소성 제2형 반응센터에서는 빛입자에 의해 들뜨게 된 전자는 엽록소 분자에서 빠져 나온 후 원점 회귀하지만, 산소성 제2형 반응센터에서는 자기 원래 위치로 돌아가지 않고 제1형 반응센터로 들어갑니다. 즉, 제1형 반응센터의 엽록소에 빛입자가 충돌하면 전자는 들뜨게 되고, 들뜬 전자는 최종 NADP+로 들어갑니다. 이때 엽록소는 전자를 잃어버린 상태인데, 이를 제2형 반응센터에서 탈출한 전자가 채우는 것입니다. 따라서 남세균에서 나타난 첫 번째 혁신은 원점회귀형 제2형 반응센터의 전자흐름을 틀어 제1형 반응센터로 돌리는 변이 즉, 전자전달 구성 단백질에의 변이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전자전달의 방향을 바꾸는 돌연변이이면서 특정 표적을 맞추어야 하는 변이여야 하기 때문에 그리 흔하게 일어나는 돌연변이는 아닐 것입니다.


한편, 제2형 반응센터의 전자 공백은 누가 메꾸느냐? 여기서 지구 생명역사상 전무후무의 두 번째 혁신이 일어납니다. 물분자(H2O)에서 전자를 빼내 메꾸는 것이죠. 두 개의 물분자에서 4개의 전자를 빼내면 한 개의 산소분자(O2)가 만들어집니다. 산소는 전자에 대한 욕심이 불소(F)를 제쳐두면 제일 강합니다. 그러니 물은 매우 안정된 분자이며 거기서 전자를 빼내기는 즉, 물은 분해하기는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자외선을 조사하면 물의 분해가 일어나지만 가시광선에서 그것도 온화한 생체조건에서는 특별한 촉매가 있지 않은 한 어렵습니다. 그러나 남세균의 조상은 4개의 망간(Mn)과 한 개의 칼슘(Ca)을 아주 묘하게 배치하면 쉽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Mn4Ca 활성부위를 가진 산소생산복합체(oxygen evolving complex, OEC)라는 조그마한 부품을 고안합니다. 그리고 그 부품을 제2형 반응센터에 붙여 산소생산 광합성 장치를 완성합니다. 빛에너지가 제2형 반응센터 엽록소의 전자를 빼버리면 그 빈자리는 OEC에 의해 분해된 물에서 나온 전자가 메꿉니다. 이때 산소는 그냥 부산물로 나오며, 세균에게는 쓸모가 없는 도리어 해를 끼치는 쓰레기였습니다. 다행히 그 산소처리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바닷물에 녹아 있던 철이온과 결합하여 바닥에 가라앉았기 때문입니다.


산소성 광합성이 언제 시작하였는지는 의견이 분분한데 최근 연구 결과들은 상당히 이른 35억년전으로 봅니다(2). 무산소성 광합성이 진화한 이후 불과 1-2억년 만에 산소성 광합성이 진화하였고, 이 장치는 조류 포함 모든 식물에도 장착됩니다. 광합성 장치는 30억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다른 형태의 산소생성 촉매가 나타날만한데 그렇지 않고 예전 것 그대로 씁니다. 30-35억년 전에 만들어진 산소생산복합체 OEC보다 더 좋은 광합성 부품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연은 거의 무한으로 공급되는 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거의 무한으로 공급되는 빛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거의 완벽한 유용 에너지 생산장치를 창조한 것입니다. 한동안 거의 10억년 동안 지구는 온통 남세균으로 덮입니다. 인(P)과 질소가 공급되기만 하면 급속도로 번성하여 얕은 바다나 물가에 거대한 매트를 형성하여 자랍니다. 조건이 되면 무기질과 섞여 큰 생태계를 형성한 흔적인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지구 곳곳에 발견됩니다. 당연히 대양에 녹아있는 철이온이 고갈되어 산소 쓰레기 처리 문제에 봉착합니다. 지구 산소화 대사건(the great oxygenation event, GOE)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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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 Cardona. (2016) Origin of Bacteriochlorophyll a and the Early Diversification of Photosynthesis. PLoS ONE 11: e0151250

(2) T. Cardona et al. (2015) Origin and Evolution of Water Oxidation before the Last Common Ancestor of the Cyanobacteria. 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 32: 1310–1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