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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故)최영 교수, "평생 괴짜로 불린 생물학자…떠날땐 따뜻했던 뒷모습"
작성일
2020.08.19
작성자
시스템생물학과 관리자
게시글 내용

2015-09-25

평생 '괴짜'로 불린 노학자였다.


강의 중 잡담에 가차 없는 불호령을 내리고 학점 평가도 워낙 깐깐해 제자들은 악소리를 냈다. 하지만 생의 마지막 길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그 누구보다 따뜻했다.


지난 22일 대장암으로 별세한 고(故) 최영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명예교수가 전 재산은 물론 시신마저 해부학 연구에 써 달라며 기증한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향년 71세.


오로지 후학 양성과 유전학 연구에만 몰두하며 살아온 그가 모든 재물과 육신을 후학 양성을 위해 내려놓았다는 소식에 연세대 교수사회는 물론 재학생들도 놀라움과 숙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인은 1962년 연세대 생물학과에 입학해 모교에서 석사를 마치고 1971년 찰스 다윈 등 유수 생물학자들이 거쳐 간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유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74년부터 2010년까지 35년간 연세대 교수로 생물학 강의와 연구 활동을 펼쳐왔다. 한국유전학회와 한국동물학회 이사 등을 거쳤지만 단 한 번도 회장을 역임한 적이 없었다. 연구에 몰두하면서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그를 잘 아는 선후배들은 "초파리 유전학을 제대로 공부한 국내 1세대 학자로서 그 연배라면 학회장 자리 하나쯤은 맡아도 됐다"며 최 교수가 '감투'를 극도로 경계했다고 기억한다. 또한 학생들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고 오로지 학문적 성과에 무서우리만큼 높은 기준을 요구했다고 한다.


제자인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 조교수는 "연세대에서 유일하게 유전학이라는 이름으로 실험실을 갖추고, 또 유일하게 유전학을 강의하는 교수였다"며 "시험문제 5개 중 2개만 풀어도 A를 받는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강의가 까다로웠다"고 회고한 바 있다.


고인의 후배이자 동료 교수였던 이주헌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도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평생을 검소하게 사셨다. 오로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낮에는 '전기요금'을 아낀다며 절대 연구실 불을 켜지 않고 창가로 스며드는 햇빛으로 책을 읽는 분이었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그렇게 알뜰하게 모은 재산 10억원을 연세대 백양로 복원사업에 기부했다. 또 의학 연구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며 육신마저 모교 의과대학에 맡겼다.

24일 오전 9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괴짜 같다' '독특하다'는 수식어가 평생을 따라다녔지만 그가 생의 끝자락에서 보여준 거인(巨人)의 면모에 참석자들은 감사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추도식에 참석한 고인의 한 지인은 "학교에 올 때도 항상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을 정도로 평소에 근검절약하며 늘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분"이라고 말했다.


2005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10년에 걸친 긴 힘든 투병 생활을 거치면서 그는 '공수래 공수거'로 생의 마지막을 맞았다.


연세대 측은 이날 학내 소식지에 올린 '아낌없이 주는 나무, 모교에 잠들다'라는 글로 노학자의 마지막 행보를 알렸다.


기사 링크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923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