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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60년"

제목
Seize the day! (89 최창희) (2009.01.10)
작성일
2023.03.06
작성자
영문과수업관리조교
게시글 내용


Seize the day!


89 최창희




1. 글을 시작하며


우선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최종철 교수님으로부터 영문학과 60주년을 기념하여 글을 하나 부탁한다는 청탁을 받고 글재주가 없어 정중하게 이를 거절했으나 전공과는 매우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된 연유로 졸필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써야만 하게 되어 저의 영문학과 재학시절을 되돌아보면서 현재 저가 수행하고 있는 변호사 업무에 영문학을 전공했던 것이 얼마나 좋은 배경으로 기능하는지를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2.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입학과 정신적인 충격


1989년도에 연세대학교 영문학과에 합격하기까지 지방인 창원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관계로 당시 지방에서는 분위기가 입시를 위해 공부해야 하는 교과서에 나와 있는 문학작품 외에 별달리 다양한 문학서적을 접할 기회도 없었고 접해야 하는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영문도 모르고(?) 지원한 영문학과에 합격하고 나서 처음 영문학 공부를 하면서 서울 출신 동기들은 너무나 많은 문학적인 지식과 이미 많은 문학작품을 섭렵한 상태라 동기들을 만나서 이야기할 때마다 문학적인 배경지식이 거의 없어 저 자신이 문학적인 소양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무척 의기소침하였습니다.


이에 자극되어 저도 시간만 나면 교내에 있는 서점을 가서 닥치는 대로 문학작품을 읽었으며 독서에 무척 재미(흥미)를 느껴 주말에는 개점시작 시간에 교보문고에 가서 하루 종일 문학작품을 읽고 문을 닫을 때 교보문고를 나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며 해가 질 때 서점을 나오면 나 자신이 문학작품의 주인공의 일생을 살고 나온 것처럼 행복했었습니다.


영문학과를 다니면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환경은 저도 모르게 책을 읽게 되는 습성을 기르게 했으며 이는 저가 영문학과에 다니면서 가지게 된 저의 인생에서 무척 소중한 자산이 되었으며 이는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다녔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입니다.


영문학과 3학년 때 조신권 교수님이 17세기 영미시를 가르쳤는데 그때 배운 앤드류 마벨로 기억하는 시인의 시가 특히 저의 코드에 맞았는데 그 시인의 시의 배경은 본 제목과 같은 “Seize the day”로 기억합니다.


직역하면 “오늘을 즐겨라”인데 기억하기로 목사였던 위 시인의 시들은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니 후회하지 말고 오늘을 마음껏 즐겨라 라는 쾌락적인 의미로 위 문구를 배경 바탕으로 주로 시를 지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그때는 수업을 함께 듣던 동기들과 술집에 자주 가기 위한 계기로 항상 우리 “Seize the day”할까라고 하면서 술집에 가서 위 문구를 복창하며 술을 음미하며 그 말을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위 문구는 저에게는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는 문구로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 상황을 극복하는 도구로서 주문처럼 외우는 주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 ‘인샬라’라고 외치는 것처럼 말입니다.




3. 영문학 전공과 변호사 업무


전혀 문학에 취미를 가지지 않은 채로 연세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하였지만 훌륭한 교수님들의 열정적인 강의 및 나이가 많으신 교수님들도 영문학을 강의하시면서도 감동하시는 모습을 자주 접하고 저도 영문학을 사랑하게 되었고 영문학전공자로서 문학을 꽤 즐겼던 저로서는 글재주만 있었더라면 작가가 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글재주가 없는 것을 스스로 간파하고 문학과는 전혀 다른 법률가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비록 법 공부 및 법률 업무는 딱딱하고 재미없지만 항상 사건 속에는 ‘사람들’이 있기에 영문학과를 다니면서 문학을 전공하고 문학작품을 많이 읽은 것이 사건을 이해하고 사건 속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무척 도움이 많이 되었고 이는 저 자신에게는 훌륭한 자산인 것입니다.


형사사건 변호를 위해 일반사람들은 접할 수 없는 구치소나 교도소를 들락날락 하면서 피고인들을 만나고 교도소 문을 나올 때마다 항상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상념에 사로잡히게 하고 갇히지 않은 자유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도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대학시절에 소중히 키워왔던 문학적인 감수성들이 저도 모르게 현재 변호사 업무에도 묻어납니다.


지금도 일에 지치고 의뢰인들에 지칠 때에도 항상 “Seize the day”라고 마음속에서 외치면서 ‘찐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치 하루살이의 일생처럼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하루를 위해…




4. 글을 마치며


역시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능력의 부족을 느끼지만 연세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하며 접했다는 사실은 저에게는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평생 독서의 습관과 문학적인 감수성을 길러주었으며 훌륭한 교수님들의 명강의를 들을 기회를 제공하고 지금도 자주 만나는 훌륭한 인간적인 매력들을 지닌 친구들을 만들어 준 연세대학교 영문학과의 영원한 발전과 지속을 기대하며 마음 속에서 외쳐봅니다―“Seize the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