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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60년"

제목
영문과의 기억 (79 송영경) (2008.07.22)
작성일
2023.03.06
작성자
영문과수업관리조교
게시글 내용


영문과의 기억


79 송영경




일요일 오후 백양로를 걸어보았다. 연세대학교 캠퍼스를 산책하면서, 영문과를 다니던 시간의 풍요로운 자유로움이 기억이 났다. 학관에서 수업을 듣던 시간, 영시 시간 청송대에서 야외 수업을 할 때 눈꽃처럼 날리는 벚꽃잎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얼마 만인지… 전공이 다른 학과에 진학하여 다른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이 시간까지 내 마음의 풍요로운 자유의 고향은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다녔다는 기억이다.


청경관 옆의 흙길을 걸어오면서 언덕을 가득 메운 진달래와 개나리들… 언덕에 가득 핀 진달래꽃을 비집고 사진을 찍던 기억들… 눈이 와서 백양로가 꽁꽁 얼어붙었을 때, slip sliding away를 흥얼대면서 미끄럼을 타던 기억…


나에게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다녔던 기억은 학문을 닦기보다는 마음을 넓히는 곳이었다. 이리저리 한눈을 팔수 있는 여유가 있었고, 다양함이 허용되었던 곳이기도 했으니까… 개성이 존중되고 자유로움이 숨쉴 수 있었고…


그 자유로움은 부전공을 하게 만들었고, 결국 나는 교육학과 대학원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영문과를 나왔으니 영어를 잘하겠지 하면서 많은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럴 때 나는 단호히 영문과는 영어만을 배우는 곳은 아니라고 대답하던 기억도 난다. 글을 읽고 작가와 대화를 하고 호흡을 맞추어 보는 일, 도전해 보는 꿈들을 접고 영문과에 적응하던 기억이 쉽지만은 않았었다. 자유로운 사고에 길이 든 나에게 버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시간들을 채워 나갈 수 있었던 여유는 곱게 간직한 학부생활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문과에서 갈고 닦은 풍요로움은 교육학과에서 학업을 마칠 때까지 나의 마음을 채워주었고, 나는 교육학 전공자로서 박사학위를 받고 수원과학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현실은 그러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벚꽃이 흩날리던 그 시간의 설렘을 기억하는 한, 진달래 꽂이 백양로를 메우던 기억은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아직도 영문과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내 인생의 몇 년들, 그 시간만으로도 평생이 그윽한 시가 되어주고 수필이 되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