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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60년"

제목
모교에 빚진 것을 다소라도 갚게 해주신 어머니 (71김계숙) (2008.06.08)
작성일
2023.01.02
작성자
영어영문학과
게시글 내용


모교에 빚진 것을 다소라도 갚게 해주신 어머니


71 김계숙




이 글을 쓰려고 붓을 들었지만 막상 붓을 들고 나니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 싶어 많이 고민하며 망설이다 영어영문학과 60년사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서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쓴다.


나는 현재 상명대학교 영어교육과에 재직 중이다. 나는 1971년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해서 1975년에 졸업했으니 어언 30여 년이 흐른 셈이다. 운이 좋게도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만 26세에 강릉대학교의 전임으로 채용되었다가 곧 상명여자대학교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어느 때나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출신이라는 것이 힘이 되었고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잠깐 나의 가족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 나의 어머니는 1981년 4월에 암으로 투병하시다가 세상을 뜨셨다. 어머니는 가구사업을 하셨는데, 평소 때가 되면 육영사업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특히 외로운 노인네들과 고아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고 싶어 하셨다. 아마 자식이라고는 나 하나뿐이어서 외로움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셨던 것 같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만 55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 너무 일찍 세상을 뜨시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어머니가 애써 모으신 재산을 나 혼자 쓰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사회에 환원시키기로 결심을 하였다. 어머니가 바라시던 육영사업은 할 능력이 없어, 모교인 연세대학교에 장학금으로 어머니가 사업하시던 빌딩을 기부하였다. 그래서 한 학기마다 10명의 학생들이 어머니의 성함을 딴 “박정옥 장학금”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사실 나는 내 아이들도 연세인이 되어 할머니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학교를 다녔으면 하였으나 그 뜻은 이루지 못하였다. 때로는 내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 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쩔쩔매는 것을 보면 미안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똑똑하고 뛰어난 후배들이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그리고 비록 크진 않지만 모교에 진 빚을 다소라도 갚게 해주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