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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60년"

제목
꿈의 보금자리, 백양로를 회상하며 (62 손영수) (2008.05.25)
작성일
2023.01.02
작성자
영어영문학과
게시글 내용


꿈의 보금자리, 백양로를 회상하며 (62 손영수)




연세인이면 누구나 꿈의 보금자리, 백양로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며 학창 시절의 아름다운 꿈과 비전이 졸업 후 실현되었든 안 되었든 간에 백양로는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언제나 편안한 요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백양로의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키운 연세인의 꿈과 비전은 그의 전공이 무엇이든지 간에 세계로 도약하는 위대한 출발점이었다고 믿고 싶다.


내가 다녔던 1962∼66년의 4년 동안에 걸었던 백양로의 인상은 40년이 지난 시점에서 돌아보면 엄청난 빌딩의 숲으로 변모되어 연세가 국제적인 캠퍼스로 성장했음을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백양로에 심은 나무들이 자랐던 것처럼 연세인의 지성과 명성은 국제적인 수준과 평가를 얻는 데 손색이 없는 교수진을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영문과에 입학했으나 주로 철학 강의를 많이 들었다. 그 당시에 신문지상에 명성이 높았던 교수님들을 미리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영미 시, 소설, 드라마, 평론을 이해하려면 철학적 기초소양을 갖추는 것이 가장 필수적인 우선 과제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서양철학 가운데 Platon을 위시한 관념론 철학과 Aristoteles를 위시한 경험론 철학의 전통을 중시하고 Kant, Hegel, Sartre, K. Marx에 관한 사상과 저서를 탐독하였다.


Platon의 국가론을 비롯한 Kant의 순수이성비판, Hegel의 역사철학, Sartre의 실존주의 철학에 관한 난해한 개념과 이론은 나의 학문적 열정을 더욱 불태웠다.


현대 주지주의 시의 거장인 T. S. Eliot은 하버드 철학과 출신으로 그의 주지주의 시를 이해하려면 철학적 신학적 기초소양이 우선적인 필수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T. S. Eliot을 이해하기 위한 전 단계로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Matthew Arnold의 사상과 비평관에 대한 졸업논문을 썼던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내가 다녔던 1960년대는 한국은 민주화 운동이 태동하고 학생 데모가 치열하게 전개되어 가던 격동기이었다. 나는 입주하여 가정교사로 가르치면서 영문학을 공부해야 했기 때문에 학생 데모에 개입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나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문학, 철학, 신학, 경제학 등 영문학 전공 이의의 교양서적을 탐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John Steinbeck의 소설 The East of Eden을 한 장씩 뜯어 가면서 끝장까지 독파하여 Steinbeck의 작품 세계를 심층 분석했던 일과 Ernest Hemingway의 작품 The Old Man and the Sea, The Snows of Kilimanjaro, For Whom the Bell Tolls를 독파하면서 Steinbeck과 Hemingway의 간결한 문체를 모방하려는 노력이 미래의 나의 직업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영문과 4년 동안에 섭렵한 광범한 독서의 양과 특히 철학적 기초소양을 갖추는 데 노력했던 점과 T. S. Eliot, John Steinbeck과 Ernest Hemingway의 간결한 문체에 대한 모방과 노력이 내가 영자 신문 Korea Herald에서 편집기자로 25년이라는 세월을 매일 매일 창조적인 신문 제작에 바쳤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 된다.


“꿈의 보금자리 백양로”의 아스팔트길을 걸으면서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꿈과 비전이 내가 영자 신문 편집 분야에서 전문적인 언론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출발점이 되었던 것으로 믿고 싶다.


나는 한국언론연구원 scholarship으로 1984∼85년에 미국 신문학 요람인 미주리 신문대학원에서 신문 편집 디자인을 연구할 기회가 있어 귀국 후에는 일간지 편집부장들이 참여하여 『신문 가로짜기』를 공동 집필하였으며, 1995년에는 영미 신문 편집 원리를 소개하는 『영자신문 편집디자인』을 저술하였다.


나는 졸업하기 전 연대 앞 고서점에서 King James판 영문 Bible을 구입한 것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The Bible은 졸업 후 공군 간후 54기로 입대하여 대구 팔공산에서 제대할 때까지 나에게 정신적인 빛을 비춰주었을 뿐만 아니라 Geoffrey Chaucer의 The Canterbury Tales, John Milton의 Paradise Lost와 John Bunyan의 The Pilgrim’s Progress를 포함한 영문학의 Christian 전통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항상 정신적인 등대 역할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꿈의 보금자리 백양로”는 연세인에게는 더 넓은 세계로 도약하여 아름다운 꿈과 비전을 실현하는 요람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