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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60년"

제목
내가 알고 있는 전형국 선생님 (59 조철현) (2008.05.03)
작성일
2023.01.02
작성자
영어영문학과
게시글 내용


내가 알고 있는 전형국 선생님


59 조철현




전 선생님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60년 역사에서 영어학 분야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신 분이시다. 1950년대 한국전쟁 와중에 미국유학을 하셔서 컬럼비아 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치시고 귀국하여 연대 영문과에 약 30여 년 재직하시면서 그 당시 새로운 구조주의 언어학과 영어교수법을 강의하시며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의 어학의 교과과정의 토대를 닦아놓으신 업적과, 그 후 1950년대 후반 많은 제자들을 대학원에서 지도해 오신 것으로 기억되는 은사님이시다. 제자들 가운데는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대학에 재직하는 분이 수십 명에 이르고 있다.


선생님은 영어학계에도 많은 영향을 준 분이시다. 학회활동에 적극적이셨다. 지금 그 회원이 천 명이 넘는 한국영어교육학회가 그 중 하나로 전국의 대학 어학실습실을 보유한 대학 교수들이 ‘전국대학실험협회’로 발족하여 삼대까지 회장을 역임하셨고, 본인도 5대 간사(이사)를 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서울시 교육청 산하의 영어 교사들의 모임인 학회도 만드셔서 주류인 S대학 사범대 출신들이 호의적인 도움을 받은 것이 기억된다.


전 선생님은 본래 성품이 곧고. 옳지 않은 일은 바로 보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그런 가운데서도 후배, 제자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인간미를 보이셨다. 연세대학교 최초의 교수평의회를 발족시킨 것을 기억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또 문과대 학장시절 본인이 추천하지 않은 승진 후보의 교수를, 교수로 승진시킨 총장에게 사표를 냈으며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교수가 그 후임 학장이 된 일을 기억하는 교수는 다 아는 사실이다. 평소 유머와 위트가 넘쳐서, 지방에서 개최되는 학회에 동승했던 후배 교수들을 즐겁게 하신 것도 즐거운 추억거리로 남는다. 어려운 제자들에게는 학과장 시절 장학금 성격의 지원을 하신 것도 본인은 알고 있다.


선생님은 재정과 금전에 대해서 깨끗하고, 미련을 갖지 않고 사셨던 분이다. 처음에는 청파동과 수색동에 가옥이 있어서 그런 대로 여유가 있어 보였고, 사모님과 더불어 해외 세미나나 회의 참석도 자주 하셨다. 정년 전에는 언어연구교육원 아래 사택에서 사셨던 것이 생각난다. 그러면서도 학기가 끝나면 제자들을 불러 간단한 다과나 만두를 대접하시던 자상한 선생님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다.


정년 후 얼마 안 되는 퇴직금으로 의정부 용현동 작은 아파트에 사시면서도 제자들과의 재상봉 모임 초청이나, 영문과 동문회 모임에 기쁜 마음으로 늘 참석하셨던 것은 모두 잘 아는 사실이다. 또 영문과 퇴임교수들의 친목모임도 잘 이끌어 오셨던 것도 기억된다.


소탈한 성격의 선생님은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본인의 영어가 부족해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대학원 제자들에게 거리낌없이 실토하셨고 선생님의 미진한 학문의 결실을 후배, 제자들에게 기대하셨다.


사모님이 돌아가신 후 2002년 12월 미국의 누이 댁에서 타계하실 때까지 금전에 대한 궁색함을 한 번도 보이지 않으신 것이나, 젊은 시절 바바리 깃을 여미시고 부산 남포동 골목길을 다니시면서 (부산분교 학장시절) 인생의 멋을 잊지 않으셨던 성품, 인생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깨끗하게 정리하신 그 성격 등은 미국에서 돌아가신 후 자기 자신의 몸을 미국 의과대학에 기증하신 것과 더불어 우리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