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UIC 강연아 교수, 사용자경험디자인은 인간과 컴퓨터의 소통을 위한 배려
- 작성일
- 2022.06.27
- 작성자
- 일반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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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경험디자인, 인간과 컴퓨터의 소통을 위한 배려
융합인문사회과학부 강연아 교수
사용자경험디자인이란?
사용자경험, 또는 사용자경험디자인은 사용자가 제품 혹은 서비스와 상호작용하는 전 과정에 걸쳐 보다 쉽고, 유용하고,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User Experience(UX)’라는 단어로 주로 사용되며,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디자인, 인간공학, 인지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와 공통된 요소를 가지고 있는 다학제적인 분야이다.
사용자경험에서 말하는 ‘경험’이란 과연 무엇일까? 최근에 갔던 카페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추천하고 싶은 카페 한 곳을 생각해 보자. 그 카페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를 물어본다면 각양각색의 대답이 나올 것이다. 반대로 최근에 갔던 카페 중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카페가 있다면, 그 이유 또한 다양할 것이다. 카페 방문 경험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커피나 음식의 맛이 될 수도 있고, 공간의 분위기, 혹은 직원의 친절도, 동선의 효율성, 배경 음악, 음식의 가격, 좌석의 전망 등이 주요 요인일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카페에 주로 어떤 손님들이 오는지가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만약 카페 주인이나 매장 관리자가 방문 고객의 경험을 향상시키기 원한다면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어떻게 개선해야 손님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다음에 또다시 카페를 찾아오게 할지 고민할 것이다.
사용자경험도 같은 맥락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정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앱 서비스를 사용할 때, 은행 ATM 기기를 사용할 때, VR 게임을 할 때, 혹은 모바일 기기를 사용할 때 사용자가 모든 과정에 걸쳐 느끼게 되는 감정, 태도, 생각, 반응 등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말이 사용자경험이다. 즉 사용자경험은 단순히 기능이나 절차상의 만족뿐 아니라 지각 가능한 모든 면에서 사용자가 느끼게 되는 경험이다.
긍정적인 사용자경험이 왜 필요할까? 기업의 측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인 사용자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제품 및 서비스의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종류가 많지 않았던 시대에는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기능이 완벽하지 않아도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같이 제품과 서비스의 종류가 넘쳐나고 대체재가 많은 시대에 소비자들은 더 이상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더 사용하기 편한 것, 더 유용한 것, 나를 짜증 나게 하지 않는 것, ‘쿨’해 보이는 것을 찾아다니기 마련이다. 결국 최대한 긍정적인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기업에게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용자 중심 디자인의 철학은 세계 유수의 기업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구글의 첫 번째 디자인 원칙은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면 나머지는 모두 따라온다(Focus on the user and all else will follow).”고 말하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 기술 중심적일 것 같은 IT 회사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사용자라는 점은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에 있어 사용자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사용자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사용자경험디자인, 혹은 UX 디자인이라고 한다. UX 디자인은 제품/서비스를 보다 사용자 친화적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두며, UX 전문가들은 사용자의 문제와 니즈, 기대감 등을 조사하고 분석한다. 그 정보들을 이용해 사용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며 의미 있고 즐거운 경험들을 제공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일련의 과정이 UX 프로세스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UX가 모든 제품이나 모든 서비스를 다루지는 않는다. 물론 사용자경험이라는 단어 자체가 제품 혹은 서비스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야로서 UX를 말할 때는 디지털 제품, 디지털 서비스를 접할 때의 사용자경험에 주로 집중돼 있다. UX가 디지털 제품 위주로 발달하게 된 이유는 UX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UX 분야가 이렇게 성장하게 된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바로 IT 기술의 발달이다.
사용자경험디자인의 등장 배경과 디자이너의 역할 변화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해 발표하는 그 해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1982년에 타임지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이 아닌 물건이 여기에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올해의 기계(Machine of the Year)'로 선정된 컴퓨터이다. 1981년 IBM이 상업용 Personal Computer를 출시하면서 가정용 컴퓨터의 표준이 되었고, 이후 1984년 애플이 매킨토시를 출시해 대성공을 거두면서 사람들의 일상에도, 사람과 컴퓨터가 소통하는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1982년 ‘올해의 기계’로 선정된 컴퓨터, 사진 출처 : 1983년 1월 타임지 표지)
컴퓨터 등장 초기에는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소통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 컴퓨터 언어를 배우고, 명령어들을 배워야만 했다. 그러다가 개인용 PC가 보급되기 10여 년 전부터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센터(PARC)를 중심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통 방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그 결과물 중에는 윈도우, 메뉴, 아이콘 등이 있는 오늘날 우리가 쓰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마우스 등이 있다.
1980년대에는 이렇듯 인간이 컴퓨터와 소통하는 형식이 개인용 PC, 즉 데스크톱 인터페이스이다 보니,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연구함에 있어서 이러한 인터페이스가 얼마나 사용하기 용이한지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사용성을 평가하거나, 인터페이스를 쉽게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한 주제였던 셈이다.
1990년대 웹의 등장은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에 있어서 또 한 번의 변화를 가져왔다. 더 이상 컴퓨터와 사용자와의 1:1 인터랙션이 아니라, 컴퓨터를 매개로 한 사용자 간의 소통이 주요 주제가 됐고, 이는 기존의 사용성이나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담을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을 암시하게 되었다. 90년대 초반 애플에 합류한 도널드 노먼(Donald Norman)은 사용자경험 설계자라는 직함을 본인 스스로에게 부여했고, 1993년 그의 저서에서 처음으로 ‘사용자경험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휴먼 인터페이스와 사용성의 좁은 개념을 넘어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용어로 UX를 사용한 것이다.
급속도로 컴퓨팅 파워가 증가하고 하드웨어의 크기가 소형화되면서 2000년대에는 모바일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가 된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경험을 완전히 뒤바꿨으며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확장했다. 인간과 컴퓨터의 소통 방식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음성, 제스처 등으로 다변화되었다. SNS의 발달은 인간과 인간이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 버렸고, 더 이상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의 만남이 오프라인 만남의 대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 여러 기술의 발전은 인간과 컴퓨터가 소통하는 방식과 맥락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만들었고, 이는 UX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단순히 컴퓨터 화면상에서의 인터페이스만 신경 쓰면 됐는데, 이제는 화면의 종류와 크기가 다양해지고, 화면 없이 소통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전에는 사용자가 내린 명령을 그대로 수행하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컴퓨터가 먼저 나서서 사용자에게 제품을 제안해 주기도 하고, 콘텐츠도 추천해 준다. UX는 이러한 IT 기술이 급격히 진보하는 상황 속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원활한 상호작용, 소통을 위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발전해 온 분야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디지털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디자이너들에게 기대하는 역할도 변화하게 됐다. 초반에는 단순히 사용성을 평가하고 보다 개선된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주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사용자 조사와 분석을 통해 사용자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고, 이를 어떻게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적용해 새로운 경험을 창출해 낼지 설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인간의 본성과 니즈를 이해하는 것, 인간과 기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생기는 현상들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UX 디자인은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필요를 찾아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해 대화하고, 관찰하고, 여러 방법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 후,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한다. 이에 기반해 디자인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든 후 테스트를 하고, 그 결과를 다시 디자인에 반영한다. 간단해 보이는 이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 가운데 사용자가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매 단계마다 사용자를 개입시키고, 사용자의 의견을 귀담아들으며, 사용자의 판단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사용자경험(UX)은 배려이다
사용자경험(UX)는 인간과 컴퓨터의 소통을 위한 배려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건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의 사소한 필요를 상대방이 알아채고 채워주었을 때, 내 작은 불편함까지도 이해해 주었을 때 우리는 배려 받고 있다고 느낀다. 마찬가지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함에 있어서 그것이 아무리 훌륭한 기능을 가졌다 할지라도 사용 과정에서 불편함이 발생하거나, 사용자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련의 과정이 진행된다면 사용자는 배려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이는 부정적인 사용경험을 갖게 하고, 사용자의 충성도를 떨어뜨린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대체 제품이 생긴다면 사용자는 바로 이탈하게 될 것이다. 인간과 컴퓨터의 소통을 도와주기 위한 배려이자 도구로서의 UX가 제 역할을 다 했을 때, 궁극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 더욱 원활해지고 증강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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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아 교수는 언더우드국제대학 융합인문사회과학부 정보인터랙션디자인전공 교수로 사용자경험(UX), 인간컴퓨터상호작용(HCI), 디자인사고방법론 등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