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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20 : 장윤원 : 20-30대 여성 우울증과 페미니스트 대항서사의 가능성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초록

  본 연구는 2010년대 후반 소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들의 고통 말하기와 우울증서사의 의미를 분석한다. 본 연구는 여성 우울증을 감정의 의료화와 신자유주의적 치유주체의 탄생으로 보는 선행연구들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심층면접과 디지털 참여관찰을 방법론으로 젠더화된 삶 경험으로서 여성들의 우울증 서사를 다룬다. 여성의 ‘광기’는 지배체제에 대한 저항인가라는 고전적인 페미니즘의 질문에서 시작하여, 여성의 정신질환을 저항의 기호로만 바라보고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이들의 실질적인 저항을 피해자 정서라고 단순화하지 않으면서 20-30대 여성의 우울증 말하기가 지닌 정치적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제시한다.
본 연구의 참여자인 여성들은 우울증을 경험하고 여전히 그 고통과 함께 살고 있는 당사자들이다. 여성들은 병원 치료, 약 처방, 상담, 수련, 거리두기 등을 포함해 우울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한 장기적인 인지 과정을 겪어낸다. 이들은 자신의 우울증을 가정과 사회에 만연한 젠더 폭력과 불평등, 성공의 압박이나 빈곤 등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서사화 하는 과정에서 정신의학 체계와 가부장제 지배담론이 복잡하게 공모/협상/갈등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린다. 이들의 집단화된 우울증이나 고통 서사는 대중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으로, 자기 진단적인 방식으로 고통을 언어화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이것이 사회적 고통의 일부임을 주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 우울증의 대항적인 질환서사(illness narrative)를 만드는 과정에 큰 역할을 한 SNS는 고립된 진료실에서 고백하는 형식이 아닌 집단적 말하기로서의 우울증 말하기를 가능케한다. 이 공간에서 여성들은 고통을 폭로하기 위해 여러 발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발화전략은 언제나 페미니즘 정치로 수렴되는 것은 아니며 여성들을 고통의 순환회로 속으로 몰아넣는 등 대항서사로서의 불/가능성을 모두 담지하고 있다.
본 연구는 우울증 말하기를 하는 여성들의 실천이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논쟁을 불러일으키거나 좌절되고 굴절되기도 했지만 여성들이 더 이상 환자라는 낙인화된 위치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들의 목소리는 병리적인 하위 문화로만 축소할 수 없는 젠더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논문은 페미니스트 독해를 통해 여성의 우울서사가 진료실 밖으로 나와 공론장에서 표출될 때 우울증의 ‘의료화’를 넘어서는 젠더, 세대, 계급이라는 다층적인 권력 관계에서 구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질환경험을 외치면서 이들 여성들은 페미니스트 정치의 한 장면을 구성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