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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석사 2017 : 김수영 : 트랜스여성의 노동과 복합적인 젠더실천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문화인류학과
게시글 내용
초록
본 논문은 한국에서 2-30대 트랜스여성의 노동경험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탐구한다. 트랜스여성은 지정받은 젠더와 다른 방식으로 젠더를 실천해나가며 법체계, 노동시장, 의료제도, 일상적 관계 등 사회지배적인 젠더규범과의 불화를 경험한다. 특히 노동 영역은 트랜스여성이 생존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젠더를 실천하고 생애를 기획해나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영역인 동시에 가장 도전적인 영역이다. 노동 영역에 진입하게 되는 트랜스여성들은 노동 영역이 기반하고 상상하는 규범적 젠더와 자신의 관계를 면밀하게 포착하고, 그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젠더를 실천하고 노동하며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러한 트랜스여성들의 노동 경험 세계를 연구하기 위해 연구자는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에서 활동한 경험과 온라인 트랜스커뮤니티 활동을 바탕으로 연구참여자를 모집하였고, 다양한 직종과 고용상태에 있는 2-30대 트랜스여성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2-30대는 노동시장에 진입하여 물적기반을 구축해나가는 동시에 트랜스젠더로서 젠더수행을 본격화하는 시기로, 트랜스젠더의 생애기획 상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연구자는 2017년 1월부터 2017년 3월 사이에 10명의 트랜스여성 연구참여자와 1명의 트랜스남성 보조연구참여자에 대해 집중적인 심층면접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연구과정을 통해 본 연구가 트랜스여성의 노동 경험이 구성되는 방식에 대해 밝힌 바는 아래와 같다. 트랜스여성들은 대개 여성으로서 법적 지위를 가지지 못한 채 법적 성별이 남성인 상황에서 노동시장에 진입한다. 노동시장은 국가의 인구관리제도로서 주민등록제도에 기반하여 노동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트랜스여성의 성별을 주민등록 상 성별에 따라 판단한다. 법적성별이 지시하는 성별과 자신이 수행하는 젠더 간 간극이 드러날수록 트랜스여성의 몸은 규범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몸'으로 해석된다. 그로 인해 지속적으로 취업에 실패하고 진입할 수 있는 직종이 제한되면서 이들은 취약한 노동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그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은 성별정정을 통해 자신의 젠더에 부합하는 법적 지위와 시민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 때 성별정정은 노동시장에서의 취약함에 대처하는 방안으로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된다. 하지만 성별정정은 생식능력제거, 성기성형술 등 의료적 조치를 포함하여 과도한 요건을 트랜스젠더에게 일괄적으로 강제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 필요한 고액의 비용을 개개인에게 부과하고 있다. 많은 트랜스여성들은 그 합당한 법적 지위를 얻는 데 드는 높은 비용을 임금노동을 통해 마련하고자 한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법적 지위가 없기에 취약한 노동상황으로 내몰리고, 그럴수록 성별정정은 유예되며 그 법적 지위를 획득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 속에서 트랜스여성의 삶은 위협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랜스여성들은 취업과정 및 일터에서 다양한 전략을 발휘하며 자신의 노동안정성을 확보해나간다. 이들은 일터에서 자신의 젠더가 해석되는 방식 및 해석될 가능성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젠더를 숨기거나, 드러내거나, 속이거나, 설득해나가면서 자신의 노동지위를 유지하고 동료 및 직장을 변화시키는 일상적인 행위자성을 발휘한다. 그리고 이들은 젠더규범과 능력주의가 교차하는 노동영역에서 학력자본, 외국어능력, 전문기술 등을 계발·동원하고, 차별과 불합리를 감내하며 과도한 노동을 자처하는 등 자신이 생산성 있는 노동주체임을 입증하여 불안정한 노동 상황에 대처해나간다. 혹은 제도화된 규범에 대한 비판적 거리두기를 바탕으로 자신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노동할 수 있는 직종과 노동형태를 모색해나간다. 트랜스여성의 생애기획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젠더를 실천해나가고, 트랜스젠더로서 겪는 불안정한 노동 상황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며 노동해나가고, 성별정정을 통해 자신의 젠더에 적합한 법적성별과 시민권을 획득해나가는 동시적이고 복합적인 실천이다. 이는 노동규범과 지배적 젠더체계의 교차적 작동 가운데 자신이 여성으로서 살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전생애에 걸친 일상적인 투쟁이다. 이들의 생애경험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모순과 젠더수행의 복잡성에 주목함으로써 이 논문은 생존과 삶의 문제를 도외시하는 젠더수행 담론에 개입하고, 노동현장에 당연시된 젠더구분 및 규범에 문제제기한다. 또한 현재 국가가 현재 개인의 신체에 대해 강압적인 개입과 폭력을 행사하며 유지하는 제도화된 젠더규범을 비판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특정한 삶만을 살 만한 삶으로 제시하며, 그와 다른 다양한 삶의 양식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트랜스여성의 사회적 삶에 대한 경험 연구는 젠더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지식을 확장함으로써 그 구조화된 권력관계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중요한 정치적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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